"조사 잘 마쳤으니 회식비 달라...양주도" 선 넘은 경찰

윤혜주 기자
2026.08.21 09:57
자신이 수사한 음주운전 사고 피의자에게 사건 처리 편의를 대가로 회식비와 양주를 요구한 경찰관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주운전 사고 피의자에게 선처해 준 대가로 회식비와 양주 등을 요구한 60대 경찰 간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1일 뉴스1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뇌물요구 혐의로 기소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60대 A경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전날 밝혔다.

A경감은 지난해 5월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건 피의자 B씨에게 회식비 30만원과 5만2000원 상당의 양주 1병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지난해 4월25일 오전 0시 20분쯤 인천 미추홀구에서 연수구까지 약 5㎞를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 0.114%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

A경감은 B씨 사건을 배당받은 뒤 B씨에게 피해자들과 합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취지로 조언하고 합의 금액과 시기 등에 관해서도 상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B씨는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고, A경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 부분을 제외하고 B씨를 단순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A경감은 지난해 5월2일 오후 8시 30분쯤 경찰서에서 B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마친 직후 "조사도 잘 마쳤는데 이번 주 팀 회식에 회식비 명목으로 조금 지원해줄 수 있느냐. 30만원 정도면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흘 뒤에는 업무용 휴대전화로 B씨에게 "경찰서 올 때 마트에서 양주 1병 부탁해요"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해당 양주는 시가 5만2000원 상당이었다.

다만 B씨가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취지로 거절하면서 실제 금품 전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검찰은 A경감이 B씨에게 뇌물을 요구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B씨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 관계가 없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이 담당 형사사건의 피의자에게 어떠한 명목으로든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경찰공무원의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어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및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른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 비해 그 훼손되는 신뢰의 정도 역시 커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인은 회식비 등 요구에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다는 취지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범죄의 성립 여부를 다투고 있어 그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초범인 점, 약 36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복무하며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요구한 뇌물 액수가 많지 않고 실제 수수로 이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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