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취임 첫날 검찰 전 직원에게 "전국 각지에서 산더미 같은 기록과 씨름하며 묵묵히 은공하고 있는 우리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닌 범죄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의 편"이라고 했다.
이 차장은 취임 첫날인 23일 오전 검찰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모질고 어려운 시련 속에서도 검찰의 보편타당한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책무를 빈틈없이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검찰 가족 여러분. 백척간두에 서 있는 심정으로 간략하게 쓴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원고검장을 지낸 이 차장은 이날부터 대검 차장으로서 공석인 검찰총장의 직무대행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차장은 "우리는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공정한 결론을 도출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법질서의 수호자이자 인권의 보루"라며 "우리가 합심해 노력한다면 우리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원칙과 기본을 확고하게 지킨다면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신뢰 또한 단단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천길 낭떠러지 앞에서 한 발 더 내딛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이 차장은 오전 9시50분쯤 서울 서초구 대검 첫 출근길에서 도어스테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차장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상조사단에서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차장은 "과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대해 매우 잘못된 수사 방식이라고 말했는데 그 입장이 유지되고 있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것은 인지수사와 관련된 제 철학"이라고 답했다. 이 차장은 "답변에서도 나와 있지만 절제된 수사, 품격 높은 화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역대 모든 총장과 장관님들이 강조해왔던바"라며 "그런 측면에서 기존에 맞지 않는 것이 있는 것 같아 원론적으로 답변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무부가 전날 검사 정원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공소청 직제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차츰 살펴봐야겠지만 수원고검 관내 업무를 파악해보니 검사실에 600∼700건의 미제가 있어서 실근무 인원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그 부분은 법무부와 잘 협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차장은 또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양어깨가 무겁긴 하지만 공소청이 인권 보호기관으로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구성원들의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제기되자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합심하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떤 내용이든 공유하면서 사소한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력에 대해선 "향후 대등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MOU 등 해서 협력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국가기관 간 바람직한 관계"라고 답했다.
전남 나주 출생인 이 차장은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20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이른바 '채널A 검언유착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수원고검장으로 임명됐다.
이 차장은 지난 4월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청문회에서 '연어 술 파티' 문제 제기에 "송구스럽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법무부 장관이 공석인 상태라 다음달 초 출범하는 공소청의 수장 인선 역시 미뤄지고 있다. 이대로 공소청이 출범하면 이 차장이 공소청장 대행을 맡아야 한다. 관련법상 공소청장은 검찰총장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