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자리를 두고 다투다 자동차로 상대방을 밀어 다치게 한 혐의로 1·2심에서 특수상해죄가 인정된 사건을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자동차를 이용해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특수상해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2023년 8월6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 A씨와 주차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씨와 A씨 측은 같은 주차 자리에 먼저 주차하기 위해 함께 후진하다 차량을 멈췄고 A씨는 차에서 내려 이씨 차량 뒤쪽으로 다가갔다.
A씨가 이씨 차량 트렁크 부근에서 차량과 약 40~50㎝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상황에서 이씨는 몇 초 뒤 차량을 다시 후진했다. 차량 뒤 범퍼가 A씨의 왼쪽 다리와 허리 부위와 부딪혔고 A씨는 차량에 밀려 6~7걸음쯤 움직였다. 이 사고로 A씨는 고관절 염좌 및 긴장 등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이씨가 자동차라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A씨에게 상해를 가했다고 보고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원심 법원은 이씨에게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이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차량의 후방감지센서와 경고음 발생장치, 후방카메라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후진과 동시에 강한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A씨가 차량에 밀릴 때까지 후진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이씨가 A씨가 차량 뒤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후진했으며 피해자가 차량에 부딪혀 다치더라도 이를 용인한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자동차가 특수상해죄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상황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자동차라는 물건 자체의 성질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운행됐는지, 속도와 충격 정도가 어땠는지 등을 종합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정도였는지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당시 이씨 차량에 가족들이 동승하고 있었고 주차 자리를 두고 다투던 중 차량을 후진하고 있던 점, 블랙박스 영상에서 차량 속도가 매우 느린 점, A씨가 차량에 부딪혀 넘어지거나 튕겨 나가지 않고 차량에 밀려 6~7걸음 움직인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당시 차량 운행으로 A씨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동차를 특수상해죄의 '위험한 물건'으로 보고 특수상해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