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 1억 들킬라...'뇌물' 압수수색 받던 공무원, 부하 직원에 "차 빼"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9.30 06: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차량에 보관해둔 현금과 상품권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부하 직원에게 차량을 빼도록 지시했더라도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뇌물수수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약 1265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한 원심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시청의 회계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의계약 업무 등을 담당했다. 그는 수의계약과 관련한 청탁을 받으며 조합 관계자들로부터 9차례에 걸쳐 약 66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받고 6차례에 걸쳐 약 99만원 상당의 골프 비용을 제공받았다.

한 회사 대표자 측으로부터는 수의계약 청탁과 함께 모두 8차례에 걸쳐 약 8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 또 다른 업체 대표이사에게서도 같은 취지의 청탁을 받고 300만원의 현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뇌물수수 정황을 포착하고 일하는 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러자 A씨는 자신의 승용차에 보관돼 있던 현금 9000여만원과 상품권 800여만원 등이 발견될 것을 우려했다. A씨는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연락해 차량을 빼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고 검찰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등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다.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직접 없애는 행위는 증거인멸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A씨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차량을 옮기도록 한 행위까지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약 1265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업체 대표 B씨로부터 받은 200만원에 대해서는 뇌물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씨의 200만원 수수 부분을 뇌물수수죄로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무죄로 뒤집었다. A씨가 자신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은닉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차량을 옮기도록 한 행위는 자신이 한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앤 것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A씨가 수의계약 청탁과 함께 식사·골프·상품권·현금 등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다. 반면 자신의 차량에 보관된 현금과 상품권이 발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차량을 옮기도록 한 행위는 증거인멸교사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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