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인권위 판단 보류…"민사 구제 수단 미비"

김서현 기자
2026.10.01 13:48
국가인권위원회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의실에서 제29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낼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인권위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실에서 제29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국회의장에게 형법 제307조 제1항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전면 폐지하는 의견을 표명하는 안건을 논의한 끝에 결정을 보류했다. 해당 안건은 지난 7월16일 처음 상정된 뒤 두 차례 재상정을 거쳐 이날 세 번째로 논의됐다.

인권정책과는 이날 보고를 통해 "현행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진실한 사실의 적시조차 처벌해 성폭력 피해자나 노동자, 공익제보자 등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위축시킨다"며 전면 폐지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대한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법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폐지 권고와 최근 국회·법무부의 형사법 개정 논의 등을 고려해 국가인권기구 차원에서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는 형사처벌 규정을 없앨 경우 발생할 부작용과 대체 구제수단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오영근 상임위원은 "307조 1항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토론회 등을 거쳐 더 검토할 필요가 있고, 현재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학자 상임위원은 "표현의 자유 취지는 존중하지만 민사적으로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바탕이 마련돼 있는지 우려된다"며 민사적 구제수단 지원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숙진 상임위원도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 등 공익적 목적의 사안과 폐지 이후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 등을 고려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해당 안건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 좋겠다"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추후 토론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처벌 범위를 줄이는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공개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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