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친구에 '300만원' 빌려줬더니..."축의금 아냐?" 안 갚아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10.07 11:37

[송변의 법으로 본 이슈]

[편집자주] 유명인의 사건부터 생활 속 논란까지 일상과 맞닿은 다양한 사건을 법률과 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 기자가 쉽고 정확하게 풀어드립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

직장인 A씨는 결혼을 앞둔 친구 B씨가 결혼 준비로 돈이 부족하다면서 도움을 요청하자 300만원을 계좌로 보냈다. 두 사람은 별도의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러갔다. A씨는 결혼식이 끝난 뒤 돈을 돌려받기로 했다고 생각했지만 B씨는 이후에도 돈을 갚지 않았다. A씨가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자 B씨는 축의금 대신 준 돈 아니었느냐면서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과연 A씨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친구의 결혼을 앞두고 축의금 대신 목돈을 빌려줬는데 나중에 친구가 갚지 않아 문제라면 차용증이 없더라도 대여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기로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민법상 소비대차는 당사자 사이에 돈을 이전하고 같은 종류·품질·수량의 돈을 반환하기로 약정하면 성립한다. 차용증이나 공증이 있어야만 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여금 반환을 요구하는 사람이 실제로 돈을 빌려줬고 반환하기로 약정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계약서나 차용증 등을 작성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보통 친한 사이에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가 문제가 생긴다. 이럴 때 돈을 보냈다는 계좌이체 내역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내역서 상에서 누구에게 언제 돈을 보냈는지와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돈을 보낼 당시 계좌이체 메모에 대여금, 차용금 등을 적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계좌이체만으로 그 돈이 대여금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돈을 계좌이체했더라도 축의금이나 증여, 다른 채무의 변제 등 돈을 보낼 만한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돈이 오간 경위와 당사자들의 관계, 금액의 규모, 당사자의 경제적 사정, 돈의 사용처, 송금 전후 대화, 반환 약정의 존재, 이후 변제 독촉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 등을 종합해 대여인지 증여인지 판단한다. 실제 사례에서 법원은 오랜 친구 사이에서 차용증 없이 송금된 돈을 상대방의 반복적인 변제 약속과 일부 변제 등을 근거로 대여금 반환의무를 인정한 바 있다.

전화나 메시지 상에서 돈을 보내기 전 상대방이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라거나 언제부터 갚겠다는 내용이 있다면 대여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미 돈을 보냈고 상대방에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면 이 대화 내역 역시 중요하다. 결혼 준비 때 보낸 300만원은 축의금이나 선물이 아니라 돌려받기로 하고 빌려준 돈이라고 하자 상대방이 조금만 기다려 달라거나 언제 갚겠다는 등의 답변을 한다면 대여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은 대화 내역이 나오는 휴대폰 대화 화면만 보관하기 보다는 원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원본 휴대폰이나 대화 백업자료 등 다른 자료를 함께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돈을 돌려주지 않아 결국 소송을 하게 된다면 메시지가 조작되지 않고 원본이라는 점 등이 충분히 증명돼야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