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연인 B씨와 3년간 함께 살며 반려견 한 마리를 키웠다. 입양비는 A씨가 냈지만 사료비와 병원비는 두 사람이 번갈아 부담했다. 동물등록은 B씨의 명의로 돼 있다. 결별 후 B씨는 반려견을 자신이 데려가겠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함께 키운 만큼 자신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이처럼 헤어진 연인 사이에 반려동물을 누가 데려갈지를 두고 다툼이 생기면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반려동물은 가족처럼 여겨지지만 현행 법에 따르면 아직 특별한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물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소유권에 관한 분쟁에서도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법리를 적용하게 된다. 자녀의 양육권 다툼과 달리 재산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반려동물을 누가 입양했는지, 비용을 어떻게 부담했는지, 소유권을 넘기기로 한 적이 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반려동물의 소유권이 애매하면 동물등록을 한 사람이나 입양비용을 부담한 사람이 반드시 소유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법원은 헤어진 연인 사이의 반려견 인도 분쟁에서 동물등록증에 한쪽이 소유자로 기재돼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계약서에 누가 입양자로 기재됐는지, 분양 관련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지, 반려동물의 진료비 등을 누가 부담했는지 등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 반려동물의 주인을 정했다.
함께 입양해 반려동물을 공동으로 돌봤던 경우에는 어떨까. 이 경우 공동소유자 중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반려동물을 무조건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소유 여부와 지분, 현재의 점유 관계 등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한쪽이 반려동물을 계속 돌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소유권이 바로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사안과 달리 이미 헤어진 뒤 반려동물을 상대방에게 넘긴 상태라면 어떨까. 이런 경우 단순하게 반려동물을 잠시 맡아달라고 한 것인지 아니면 소유권까지 이전한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당시 둘 사이의 대화와 행동, 이후의 돌봄 상황 등을 함께 살펴 법원에서 정한다.
반려동물을 위해 필요한 사료비나 병원비를 누가 부담했는지도 분쟁에서 고려된다. 비용을 더 많이 냈다고 해서 곧바로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리한 요소가 된다. 법원은 반려동물 돌봄 비용과 관련해 당사자 사이에 비용 분담 약정이 있었는지, 공동소유 관계였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판단한다.
연인 양쪽이 분양대금, 사료비, 용품비, 병원비 등을 부담하고 입양 과정도 공동으로 진행한 사건에서 법원은 사실관계에 따라 반려견의 공동소유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또 반려동물이 한쪽의 단독소유였지만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둘이 헤어지는 과정에서 반려견을 상대방에게 보낸 후 메시지로 반복해 상대방이 키우라는 의사를 표시한 사정 등을 근거로 소유권 포기 또는 증여가 인정됐다.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주장해야 한다면 입양계약서와 비용 지급 내역, 동물등록 자료, 당사자 사이의 대화 등 객관적으로 상황을 입증할 수 있도록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등록 명의도 소유관계를 판단할 때 고려 대상이지만 그 자체로 소유자를 확정하는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