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만 되면 또 상처"…이태원 참사 4주기, 끊이지 않는 2차 가해

민수정 기자, 신홍규 기자
2026.10.27 12:00

해외 플랫폼·솜방망이 처벌 '한계'
경찰, '이태원 참사 2차가해' 관련 67명 검거
전문가 "유족 외상후스트레스 심해, 즉각 조치 필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4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다./사진=뉴시스.

경찰의 단속에도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온라인상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참사 4주기를 앞두고도 악성 게시물이 잇따른다. 해외 플랫폼의 늑장 대응과 낮은 처벌 수위가 한계로 지적되는 가운데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2차가해범죄수사과는 지난해 7월28일 출범 이후 이달 20일까지 이태원 참사 관련 2차 가해 피의자 6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했다. 지난 9월에는 세월호·이태원·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허위·비방 게시물 120여건을 반복적으로 올린 60대 남성을 구속했다.

경찰의 단속에도 온라인상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이태원 참사 4주기 추모식을 다룬 유튜브 영상에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난하는 댓글이 다수 게시됐다. 참사 책임을 희생자에게 돌리거나 유가족이 사고를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유족들은 추모 행사가 집중되는 10월이면 2차 가해가 심해진다고 호소했다. 근거 없는 허위 정보와 비방이 반복되면서 참사의 고통을 다시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0월쯤 추모 활동을 시작하면 2차 가해 게시글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며 "유족들은 트라우마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말이나 글 하나에도 엄청난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기관에서 2차 가해 처벌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수사기관에서 2차 가해를 저지르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가해자 검거와 함께 악성 게시물 삭제·차단도 병행하고 있다. 유족의 신고나 공론화된 게시물을 중심으로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2차가해범죄수사과는 출범 이후 1년간 이태원 참사 관련 게시물 1181건에 대해 삭제·차단을 요청했다.

문제는 해외 플랫폼이다. 국내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는 삭제 요청에 비교적 신속하게 응하지만 해외 플랫폼은 협조를 얻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게시물 작성자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삭제 요청에 대해 비교적 협조가 잘되는 편"이라면서도 "해외사이트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를 거쳐 조치하지만 절차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한계로 지적된다. 2차 가해는 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 기존 법률로 처벌하는데, 실제 재판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많다. 경찰 역시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범행이 확인돼야만 구속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게시물의 신속한 삭제와 실효성 있는 처벌 등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족이나 참사 생존자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정도가 심한 편이기 때문에 2차 가해 게시글이 더 큰 죄책감이나 사회적 고립감을 줄 수 있다"며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이런 현상을 차단하고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숙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 등 해외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는 법적으로 개입하기 어렵지만,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가 계속된다"며 "해외 플랫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정치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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