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중인 사립학교 교원이더라도 교원 신분을 유지한 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사립고등학교 교사 전모씨가 국회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임명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전씨는 교원 신분을 유지한 채 고용휴직하고 2020년 6월 당시 제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의원의 지시·감독 아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4급 상당 별정직 국가공무원이다. 다만 일반 공무원과 달리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운동 금지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전씨의 교원 신분이 알려지자 국회의장은 교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 의무와 보좌관의 직무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전씨의 임명을 취소했다. 이에 전씨는 임명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보좌관 임명 자체가 국가공무원법상 금지된 정치적 행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국회의장 측이 전씨의 교원 신분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임명했고 이를 취소할 공익상 필요도 인정된다면서 전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전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씨가 고용휴직으로 교육 현장을 떠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만큼 보좌관 임명만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실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장 측이 전씨의 교원 신분을 몰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전씨가 교원 신분을 유지한 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임명되는 것 자체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헌법과 관계 법령, 국회의원 보좌관의 업무 특성 등을 종합하면 교원과 보좌관은 정치적 중립성의 관점에서 양립할 수 없는 지위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교원에게 금지되는 정치운동이나 정치적 행위가 근무시간 중 또는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는 경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국회의원 보좌관의 직무는 정치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교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 의무와 분리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대법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헌법과 법률의 요청은 국립·공립학교 교원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씨의 보좌관 임명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반하고 이를 이유로 한 임명취소 처분도 적법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