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수사 못하는 중수청…공직비리 수사 '첫 단추'부터 막히나

양윤우 기자
2026.11.01 16:41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사진=뉴시스

직권남용죄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수사대상에서 빠진 것과 관련, 법조계에선 공직비리 수사가 시작부터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는 공무원의 부당한 지시 등을 조사하다 뇌물 등 다른 비리가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시행된 중수청법에는 수사대상인 중대범죄에 형법 제122조의 직무유기와 제124조부터 제133조까지의 불법체포·감금, 공무상 비밀누설, 뇌물 관련 범죄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제외됐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법적으로 해야 할 의무가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적용된다.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는 뇌물죄와 달리 돈이 오가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다.

중수청이 직권남용을 수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뇌물 등 중대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는 사건이다. 시행령은 해당 범죄와 관련해 동시에 저질러졌거나 수단·결과 관계에 있는 범죄 등을 함께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소청·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원 소속 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가 중대범죄에 해당하고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면 수사할 수 있다.

다만 별도 근거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 행정기관 공무원 등의 사건에서는 수사 착수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행정기관 공무원의 부당한 인사 개입 의혹을 포착했다면 그 배경을 조사해야 금품수수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직권남용 정황만 있고 다른 수사대상 범죄의 혐의나 별도의 수사 근거가 없다면 중수청이 직접 사건을 파고들기 어렵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무원 관련 정보를 확인하다 보면 직권남용 의혹이 사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부당한 지시의 경위와 배경을 조사해야 다른 범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첫 단계에서 수사 권한의 제한에 부딪힐 수 있다. 비리의 전모가 처음부터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중수청이 직접 수사하지 못하는 사건은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맡을 수 있다. 다만 사건을 넘기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연되거나 처음 확보한 단서를 연속적으로 추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수사범위에 따른 사건 이첩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수청은 최근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고발된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넘겼다. 추 지사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됐지만, 중수청은 명예훼손이 주된 혐의여서 직접 수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남용죄가 처음부터 중수청 수사대상에서 배제됐던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난 1월 공개한 최초 입법예고안은 공직자범죄 등 9개 범죄군을 수사대상으로 설정했다. 당시 정부는 공직자범죄의 예시로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을 제시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2월 재입법예고에서 공직자·선거·대형참사범죄를 제외하고 수사대상을 6개 범죄군으로 줄였다. 검찰보다 중수청의 수사범위가 넓고 다른 수사기관과 관할이 겹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지적이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범죄를 별도의 수사대상 범주에서 뺀 데에는 중수청의 권한 확대와 중복 수사를 제한하려는 취지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선 특별한 이유 없이 빠진 것이라면 법률에 직권남용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중수청법의 수사대상 목록에 직권남용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직권남용 자체를 일반적인 수사대상에 넣으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며 "만약 경찰·공수처와의 역할 분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면 수사권 배분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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