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성매매 사이트를 개설해 '조건만남'을 미끼로 17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해외 피싱 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해외를 돌며 범행을 이어갔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조직원끼리도 가명을 사용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합숙하며 피싱 사기를 벌인 조직의 팀장급 30대 남성 임모씨 등 24명을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죄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동부지방공소청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전·현직 조직원 10명 가운데 9명은 구속 송치했고 1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대포통장 명의자 14명도 과거 통장 거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 일당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캄보디아와 베트남, 태국 등으로 거점을 옮겨 다니며 허위 성매매 사이트에 접속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100여명으로 추산되며 피해액은 총 17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다수의 허위 성매매 사이트를 개설해 회원가입을 유도한 뒤 여성을 소개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데이트 매칭 가입비부터 예약 보증금, 보안인증비, 시스템 복구비 등 명목도 다양했다. 피해자 1명이 입은 피해액은 최대 2억45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안전한 만남을 위해 신규 회원은 보안심의가 필요하다", "매칭 여성이 신분 노출을 꺼려 보증금을 받고 있다" 등의 내용으로 피해자들을 회유했다.
입금한 돈을 확인 후 돌려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뒤 점차 더 큰 금액을 요구했다. 추가 입금을 거부하면 기존에 낸 돈도 돌려받을 수 없다고 속였다. 피해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를 실제로 돌려주기도 했다.
조직은 태국 방콕의 4층짜리 빌라 전체를 임차해 사무실과 숙소로 사용했다. 텔레그램과 해외 포털사이트를 통해 신규 조직원을 모집하고 총책·총괄·팀장·상담원 순으로 지휘체계를 구축했다. 상담원도 범행 단계에 따라 1~3차로 역할을 나눴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치밀했다. 별도의 행동강령을 마련해 조직원들을 통제하고, 조직원이 이탈하더라도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서로 가명을 사용했다. 일부 조직원이 이탈하면 사무실을 옮기기도 했다. 범행에는 차명계좌 19개를 사용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2주마다 계좌를 교체했다.
경찰은 지난 6월22일 태국 현지 경찰과 공조해 방콕의 빌라에서 조직원 7명을 검거했다. 이후 태국 경찰주재관과 협력해 지난 7월16일부터 8월5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현지에서 검거된 조직원 7명을 모두 국내로 송환했다.
현지 경찰로부터 범행에 사용된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증거물 53점도 넘겨받았다. 체류기간 연장 등을 위해 일시 귀국했거나 과거 조직에서 활동했던 조직원 3명도 추가로 체포했다.
경찰은 아직 붙잡히지 않은 총책 등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 체류 중인 간부급 조직원 8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나머지 조직원 4~5명에 대해서도 국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심이 들 경우 초기에 과감히 단절하고 의심스러운 전화나 SNS 대화는 즉시 종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