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북한 사이버 위협, '국가사이버안보청'으로 맞서야

정태진 평택대학교 국가안보대학원 교수
2026.11.03 15:08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의 해킹 피해를 입었다. 미국연방수사국(FBI)는 범행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북한의 가상화폐 탈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도난당한 가상자산 34억달러 가운데 60%에 가까운 20억달러를 북한 해커들이 가져갔다. 바이비트 거래소에서 탈취된 15억달러도 FBI는 북한 소행으로 지목했다. 한 북한 해킹 조직이 57개국 1640개 기업을 공격한 기록도 최근 드러났다. 한국은 그 최전선에 있다. 공공부문을 겨냥한 해킹 시도는 하루 평균 162만건에 이르고, 그중 80%가 북한발이다.

라자루스, 김수키 등 악명 높은 해킹 그룹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조직이다. 탈취한 자금은 핵·미사일 개발로, 훔친 기술은 무기 개발로 흘러간다. 범죄의 외피를 쓴 국가 정보기관의 공격이다. 정보기관의 공격에는 정보기관의 역량으로 맞서야 한다.

그런데 우리 대응 체계는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경찰로 흩어져 있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10여 개 부처가 임시 태스크포스를 꾸린다. 공격은 하나의 지휘 체계로 움직이는데 방어는 관할의 경계에서 멈춘다. 사이버안보 기본법은 2006년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해법 중 하나는 국정원 3차장 산하 국가사이버안보센터를 국정원장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청'으로 승격하는 것이다. 센터는 20년 넘게 공공부문 보안관제와 북한 해킹 조직 추적을 맡아 와 숙련 인력과 관제 인프라, 위협 정보가 이미 갖춰져 있다. 새 기관을 만드는 것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청으로 격상되면 독자적인 예산과 인사로 전문 인력을 키울 수 있다. 설치 근거와 직무, 감독 체계는 사이버안보 기본법에 명시하면 된다.

영국은 국가사이버보안센터를 정보기관 GCHQ 산하에 두고 있고, 미국 NSA도 사이버보안국을 운영한다. 민간 지원 중심의 미국 CISA형 기관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위협은 북한 정보기관이다.

민간 사찰 우려는 통제 장치로 답하면 된다. 국내 정치 개입 금지, 국회 정보위원회 정기 보고, 독립 감독위원회 설치를 법에 담아야 한다. GCHQ와 NSA도 강한 역량과 강한 통제를 함께 갖추고 있다.

국가사이버안보청은 출발점이다. 장기적으로는 NSA나 GCHQ 같은 독립 사이버안보 정보기관으로 키워야 한다. 다음 대형 해킹이 터진 뒤에는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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