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핵심 화학 생산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과정에서 범행 이전에 지급받은 이른바 '선불금' 역시 범죄의 대가라면 전액 추징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도 추징금을 선고하지 않은 원심 판결 중 A씨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추징 대상인 만큼 추징금까지 선고하라는 취지다.
A씨는 2024년 1월 퇴직하며 회사 핵심 영업비밀인 생산기술 관련 자료를 반환·삭제하라는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를 무단으로 보유했다. 이후 동종 업계 관계자인 브로커 B씨를 거쳐 중국 화학 기업 및 미국 법인 관계자 등에게 관련 보고서와 공정흐름도 등의 문서를 촬영해 전송하면서 국외로 영업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게 됐다. A씨는 대가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B씨로부터 급여 등의 명목으로 10회에 걸쳐 총 3050만원과 약 1만달러를 수수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가 영업비밀 자료를 실제로 누설하기 전에 지급받은 돈을 관련 법상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으로 보고 추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이와 함께 4511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추징 부분을 파기했다. 2심 법원은 수수한 금원의 대부분이 영업비밀 자료 누설 이전에 지급됐다고 봤다. 이어 중국 측과의 회의 참석 및 답변 등 범죄가 아닌 행위도 포함돼 있어 해당 돈 전체를 범죄행위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대가가 일부 포함됐더라도 그 비율을 산정할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범죄행위의 보수란 피고인이 범죄를 행한 것에 대한 대가로 받은 돈이나 물품을 의미한다면서 보수 대상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가 일부 포함됐더라도 그 행위가 범죄행위와 목적을 같이하는 부수적·보조적 행위에 불과하다면 지급된 돈 전부가 추징 대상이 된다고 했다.
이어 돈의 지급이 시기적으로 범죄행위보다 앞서 이뤄졌거나 나중에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범죄 대가로서의 성격을 쉽사리 부정할 것은 아니라며 원심 법원의 판결에는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법원은 브로커 B씨가 중국 기업과의 기술이전협약 대금으로 수령한 약 150만달러에 대한 검찰의 추징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 판결은 받아들여 확정했다. 해당 금액은 B씨의 공소사실인 영업비밀 '취득' 행위에 의해 생긴 재산이나 그 대가로 볼 수 없어 추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