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인 2022년 11월 4일, 전남 고흥군 한 마을의 컨테이너에서 윷놀이 도박판이 벌어졌다.
당시 A씨(당시 63세)는 동네에서 20년간 알고 지내던 선배인 B씨(69)와의 윷놀이에서 내리 두 판을 져 20만원을 잃었다.
한껏 약이 오른 A씨는 B씨에게 "다시 윷을 놓으라"며 재경기를 요구했지만, 돈을 딴 B씨는 "이제 도박을 그만하겠다"고 한 뒤 컨테이너 밖으로 나갔다.
격분한 A씨는 B씨를 뒤쫓아가 멱살을 잡고 다시 컨테이너로 끌고 왔다. B씨를 소파에 내동댕이친 A씨는 옆에 있던 20ℓ짜리 기름통을 집어 들곤 그대로 B씨 몸에 휘발유를 들이부었다.
A씨는 이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B씨 몸에 갖다 댔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B씨 몸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경악했다.
119·경찰 신고 막은 A씨, 보험사 속여 800만원 타냈다

주민들은 B씨 몸에 붙은 불을 끈 뒤 119에 신고하려 했다. 그러나 신고를 만류한 A씨는 B씨를 직접 부축해 병원에 데려갔다. 온몸에 2도 화상을 입고 피부의 30% 가까이가 불에 타는 중상을 입은 B씨는 입원 치료를 받게 됐다.
B씨가 치료받는 사이 A씨는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과 입을 맞췄다. 그는 자신이 쓰러지면서 실수로 난로를 B씨 쪽으로 넘어뜨려 사고가 났다고 보험회사에 진술하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목격자들은 이를 수락했다.
알고 보니 A씨는 이 사건 7개월 전, 당시 이혼 후 홀로 지내던 B씨를 상해 사망 시 2억원 상당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에 가입시킨 뒤 사망보험금 수령자로 자신의 이름을 쓰고 매달 23만원의 보험비를 납부해 오고 있었다.
사건 이후 A씨는 보험회사에 "실수로 난로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B씨가 화상을 입었다"며 허위 신고했고, 이를 믿은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B씨가 아닌 A씨에게 일상배상책임 보험금 명목으로 800만원을 지급했다.
B씨 사망으로 시작된 수사…"살해 의도 없었다" 혐의 부인

전신 화상을 입은 B씨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사건 4개월여 만인 이듬해 3월20일 패혈증과 농흉 등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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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컨테이너 화재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해당 사건에 대해 몰랐던 경찰은 입원 치료 중 숨진 B씨의 구체적인 화상 경위 등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A씨의 범행 정황을 확인했다. 이어 현장에 있던 목격자 증언까지 확보한 경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담뱃불을 붙이던 중 실수로 불이 붙었을 뿐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에선 A씨가 '사이코패스 성향이 동반된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졌으며, 과거 살인미수 전과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보험사에 사고 신고를 허위로 접수해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도 알아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했다.
"피해 회복 노력 없어" 재판부 질타…징역 35년 확정

A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고의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를 주장했다.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해 기름을 뿌렸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켰는데 불이 붙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1심은 물론 2심 법원도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4개월 넘는 기간 화상으로 인한 참혹한 고통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고, 마치 과실로 피해자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가장해 보험금을 취득하는 등 책임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A씨 측과 검찰은 각각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징역 35년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