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조 쌓아둘까 빚 갚을까…'재정댐' 놓고 여야 정면충돌

우경희 기자, 김효정 기자
2026.11.04 04:30

[the300][초과세수, 미래대응기금·국부펀드 나눠 담자]⑦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예산 국회가 본격 가동됐다. 821조원 예산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다. 최대 쟁점은 미래대응기금이다. 여야는 이를 각각 '재정댐'과 '쌈짓돈'이라 부르며 엇갈린 시각을 드러낸다. 초과세수를 국부펀드에 좀 더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과세수와 추가세수의 지속 가능한 활용법을 짚어본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조승래 재경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1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162조3000억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을 더불어민주당은 미래를 위한 재정 안전판으로, 국민의힘은 정부의 쌈짓돈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을 앞두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2일 국회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820조9000억원 규모 내년 예산안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할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안정 장치라고 설명했다.

일단 기금 162조3000억원 중 45조4000억원은 청년 지원과 성장동력 사업 등에 쓴다.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투입한다.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긴다.

민주당은 반도체 호황이 끝나 세수가 줄어들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예산정책처 토론회에서 미래대응기금 설치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경기가 다운되고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위한 안전판을 만들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성장동력 투자와 재정 안전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반대로 기금을 쌓아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같은 토론회에서 "일시적 세수 호황에 기댄 무분별한 지출 확대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했다. 미래대응기금이 국회 예산심의권을 약화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 전액을 국채 상환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일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공청회에서도 공방은 계속됐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세수변동성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도적 안정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기존 일반회계나 기금으로도 상황이 잘 유지돼 왔는데 갑자기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는 게 억지"라고 반박했다.

대립은 국정감사에서부터 예고됐다. 지난달 8일 재경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임이자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국회의 감시망을 우회하는 편법 이체 통장"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출신인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감액 공세는 기금에 그치지 않는다. 임 의원은 지난 2일 정부 예산안의 158개 사업을 문제 삼고 최소 30조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했다. 이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일 100대 문제 사업에서 27조원을 감액하고 청년·안전·생업·일자리·생활불안 등 5대 분야에서 11조5924억원을 증액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재원 배분이 가장 큰 뇌관이라면 국회 통제권은 두 번째 쟁점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주요 항목 지출액을 30%까지 국회 사전 의결 없이 변경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부안을 지지하는 여당에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 의원 역시 기금에 어떤 사업을 담을지와 사업의 지속가능성, 정부 재량권과 국회 예산심의권의 균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금 설치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예산안과 함께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국회 예결위는 4~5일 종합정책질의, 9~12일 부별 심사를 거쳐 16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에 들어간다. 정부와 여당의 재정안전판 논리와 야당의 국가채무 감축 요구가 맞서는 가운데 국회가 절충점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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