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경력 10년이 넘는 부장검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형사소송법을 새로 공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골자로 하는 형사사법체계가 크게 바뀌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검사들이 새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공소청 불송치심사부장, 형사부장, 중대범죄기소부장,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등 간부들은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형사소송법과 개정 수사 준칙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앞서 같은 청 평검사들과 부부장검사들은 지난달 3일간 따로 모여 형사소송법을 주제로 공부했다. 형사 법무직(전 수사관)도 전날 업무 체계 변화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스터디를 열었다.
'범죄수익환수과'가 새로 생긴 부산지방공소청은 지난달 14일 범죄수익환수 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보전·집행·계좌 추적 기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광주지방공소청에선 경력 검사가 '미제 관리 방안, 효율적인 사건 처리법' 등을 주제로 초임 검사 16명에게 강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의정부지방공소청 고양지청도 비슷한 취지로 강의를 열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때 아닌 '공부 분위기'는 자발적으로 형성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장검사는 "사법고시 때 스터디했던 습관이 어딜 가겠나"고 했다.
본청 차원의 지침이 없음에도 전국적인 스터디 열풍은 혼란한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형사사법제도가 약 78년 만에 크게 바뀌면서 현장에선 사건 핑퐁, 증거 능력 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공소청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사실관계 확인' 자료를 추가 확보했을 경우 증거 능력이 어떻게 될지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 형소법에 따르면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 재수사 요구 여부 결정 등 필요에 따라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 사용할 수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나중에 증거를 쓰지 못하거나 유무죄가 갈리는 등 큰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검사들은 바뀌는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