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서 60대 남성이 전 연인인 7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의 피해자가 경찰의 고위험 피해자 관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의 전자발찌 부착 종료 전까지 모니터링을 진행했지만 특이사항이 없어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은평구 살인사건 백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지난 7월 A씨로부터 폭행과 스토킹 등 피해를 입으며 고위험 피해자 관리 대상인 A등급으로 분류됐다.
당시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치소 유치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A씨는 지난 7월23일부터 8월22일까지 한 달간 구치소에 유치됐으며 석방된 뒤에는 지난달 22일쯤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했다. A씨는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종료된 지 약 2주 만에 B씨를 살해했다.
경찰은 7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총 27회에 걸쳐 B씨의 안전 여부와 추가 보호조치 의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발찌 종료 일주일 전에도 추가 안전조치 필요성을 확인했다"며 "A등급이라도 무조건 전자발찌 부착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명확한 범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니터링 과정에서도 특이사항이 확인되지 않아 추가 조치 없이 종료됐다"고 했다.
경찰이 A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청구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7월18일 A씨를 긴급체포한 뒤 같은 달 20일 폭행·스토킹처벌법 위반·절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서부지검(현 서울서부지방공소청)은 △A씨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점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보완수사가 필요한 점 △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B씨는 이전에도 A씨를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9월과 올해 6월 서울 은평경찰서에 "남성이 쫓아온다"고 신고했으나 당시 경찰은 현장 확인 결과 단순 말다툼으로 판단해 두 사람을 분리 조치했다.
이후 지난 6월에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A씨가 직장 인근에서 기다린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안전조치를 하고 A씨에게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접근금지)를 내린 뒤 불구속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번 사건은 이날 오전 6시40분쯤 B씨 자녀들이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실종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B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과거 신고 이력 등을 확인한 뒤 A씨의 주거지인 은평구의 한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했다.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B씨에게서는 둔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와 출혈이 확인됐다. 범행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물건도 발견됐다. 경찰은 오는 6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범행 도구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범행 후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A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날 오후 일부 의식을 회복했지만 정상적인 의사소통은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건강 상태를 지켜보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