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챔피언이 되거라" 18세 월드챔피언 김영원을 만든 '의문의 복면사내' 정체는? [제주 현장인터뷰]

제주=안호근 기자
2026.03.16 08:31
김영원은 2025~2026시즌 왕중왕전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조건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최초의 10대 월드챔피언이 되었다. 그는 어려운 순간마다 도움을 준 '당구 해커'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돌아가신 작은 할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대회를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영원은 앞으로 애버리지를 높이고 1년에 3번 정도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40대에는 은퇴를 생각하고 있고 기부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영원이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왕중왕전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품에 안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어려운 순간마다 도움을 주셨던 분이에요."

최초 10대 월드챔피언이 된 김영원(하림)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의문의 귀인'에 대해 언급했다. '어떤 멋지신 분'이라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김영원은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왕중왕전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조건휘(SK렌터카)를 세트 스코어 4-2(10-15, 15-10, 15-8, 9-15, 15-13, 15-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8세 4개월 25일의 나이에 통산 3승이자 월드챔피언십 우승자가 되며 최초의 기록들을 새로 쓴 김영원이지만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만 걸은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김영원을 도운 귀인이 있었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그 정체가 밝혀졌다. 김영원은 "'당구 해커'다. 항상 해커 당구장에서 훈련을 했는데 어려웠던 순간에 도움을 주셨던 분"이라며 "제가 이렇게 잘 치기 전에 저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시고 무조건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감을 심어주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김영원이 결승에서 득점 루트를 고민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유튜브 채널 '당구해커'를 운영하는 그는 구독자 11만을 자랑하는 아마 고수다. 이미 당구 팬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져 있고 한 때 캐릭터대로 복면을 쓰고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출전했는데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을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했을 정도로 놀라운 실력을 갖춘 인물이다.

김영원은 "레슨을 받거나 제대로 배운 건 아니지만 같은 구장에 있으면서 어려워하는 순간마다 찾아와서 항상 알려주고 멘탈적으로 코칭을 해줬다"며 "같이 대결을 해도 지금도 쉽게 이기기는 힘들다. 그래도 요새는 조금 앞서는 것 같다"고 웃었다.

아버지를 닮아 감정 기복이 크지 않다는 김영원보다 오히려 주변에서 친 누나처럼 살뜰히 챙겨주는 팀 동료 정보윤이 눈물을 쏟아낼 정도였지만 "오랫 동안 꿈꿔왔던 세계 챔피언이라는 꿈이 오늘 이뤄진 것 같아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우승 직후 최근 돌아가신 작은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영원은 "팀리그 5라운드 때(1월) 돌아가셨다. 살아계실 때도 몇 번 찾아뵈러 갔는데 해주셨던 말씀이 '재밌게 치고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항상 아버지께 고마워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이번 대회 준비를 더 열심히 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가파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조건휘(SK렌터카)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경험도 많이 쌓이고 잘 치는 선수들과 많이 치고 나도 그랬지만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른 것 같다"고 했는데 아직은 스스로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김영원은 "요새 생긴 습관인데 상박과 상반신이 스트로크 때 딸려 나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걸 고쳐보고 싶다"며 다음 목표로는 "애버리지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1.644를 기록했으나 더 빼어난 기량을 원하는 천재 소년이다.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김영원. /사진=PBA 투어 제공

커리어에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병역 문제는 현실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커다란 문제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우승을 하면 병역 특례를 받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한국당구연맹(KBF) 소속 선수들로 그 범위가 제한돼 있어 PBA 소속 선수들은 선발 범위에서 제한된다. PBA와 KBF가 풀어야 할 과제다.

김영원은 "군대를 가야한다. 아시안게임도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고 조심스러워 하며 그 전까지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선 "1년에 3번 정도씩은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따.

아직 10대지만 멈춰설 시기에 대해서도 벌써 생각하고 있다. 60대 선수들도 여전히 상위권 랭커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영원은 40대엔 은퇴를 생각 중이다. "저보다 잘 치는 선수들이 나타나면 그때까지만 해야 될 순간이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구계는 그보다는 벌써 3승을 챙긴 김영원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얼마나 더 많은 우승을 쌓아갈지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온 뜻도 전했다. 최근 김영원보다 2살이나 어린 중학생 소설가 백은별이 1억원을 기부해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됐는데 자신 또한 기부를 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 것. 아직 가족과는 상의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큰 우승 상금을 좋은 뜻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까지도 나타냈다.

김영원(오른쪽)이 여자부 우승자 김가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