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6시간 만에 웨이트 하러 야구장에' 불혹투 노경은 "대표팀은 '자동 은퇴'" [인천 현장 인터뷰]

인천=신화섭 기자
2026.03.16 13:53
노경은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최고참으로 활약했으며, 귀국 6시간 만에 야구장에 나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4경기 등판, 3이닝 5피안타 3탈삼진 1볼넷 2실점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하며 관록의 투구를 선보였다. 노경은은 류지현 대표팀 감독이 자신을 MVP로 언급한 것에 대해 가문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경은이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인터뷰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섭 기자

귀국한지 불과 6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야구장에 나왔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서였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최고참으로서 혼신의 역투를 펼친 노경은(42·SSG 랜더스) 이야기다.

노경은은 16일 오전 5시쯤 대표팀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그리고 이날 낮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삼성의 KBO리그 시범경기에 앞서 야구장을 찾았다. 이숭용(55) SSG 감독이 "오지 말고 이틀 정도 쉬어라"고 했음에도 노경은은 "루틴상 웨이트를 해야 하는 날이다. 팀 트레이닝 파트에 몸을 맡겨 운동하고 사우나와 마사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왔다"고 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노경은은 이번 WBC에서 마운드의 궂은 일을 도맡으며 관록의 투구를 선보였다. 대회 성적은 4경기 등판에 3⅔이닝 5피안타 3탈삼진 1볼넷 2실점 평균자책점 4.91. 지난 5일 체코전 1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8일 대만전 ⅓이닝 무실점, 그리고 9일 호주전에서 팔꿈치 통증으 갑작스럽게 강판한 선발 손주영(26·LG 트윈스)에 이어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대표팀의 극적인 8강 진출에 기여했다.

구장 인터뷰실에서 노경은을 만나 이번 대회 호투 비결과 대표팀 뒷얘기, 그리고 소감 등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경은이 8일 대만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대표팀 참가는 가문의 영광"

- 힘들지 않은가.

▶ 시차를 잘 맞췄다. 비행기에서 푹 많이 잤다. 전세기라 자리도 많이 남아 누워서 잤다.

- 류지현(55) 대표팀 감독이 귀국 후 MVP로 노경은을 언급했다.

▶ 개인적으로는 영광 그 자체였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한 팀에서 몸담았다는 자부심이 컸다. 가문의 영광이다. 류지현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가 고참들에게 대우를 잘 해주셨다. 실망 안 시키고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임하다 보니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

- 류현진(39·한화 이글스)은 대회 직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는데.

▶ 누군가 내게도 물어보면 (류)현진이처럼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자동 은퇴' 아닌가.(웃음) 팀에서 선수 생활 이어가는 것만 생각한다. 내가 그런 클래스도 아니고....

노경은(가운데)이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호주전, 떨려서 못 보겠더라"

- 9일 호주전에서 7-2로 이겨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 던지는 건 안 떨린다. 투수들도 자기가 던지는 게 낫지 보는 건 못 보겠다고 했다. 국민들도 긴장하면서 보셨을 텐데 선수들도 똑같았다. 벤치에서 보는 게 너무 떨려 라커룸에도 들어갔다 오고 그랬다.

- 호주전에서 선발 손주영이 조기 강판하고 2회에 갑자기 등판했는데.

▶ 김광삼(46) 투수코치가 저와 소형준(25·KT 위즈)이 2번째 투수로 나간다고 해서 1회부터 대기했다. 그날 따라 스트레칭 등 루틴을 미리 했다. (손)주영이가 팔꿈치가 아프다고 해서 김 코치님이 불펜으로 뛰어왔다. 내가 몸이 빨리 풀리는 걸 알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나가겠습니다"라고 했다.

- 도미니카공화국과 8강전에선 0-10으로 완패했다.

▶ 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우리가 콜드게임까지 당할 정도의 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야구가 그 정도는 아닌데, 게임이 안 풀렸다. 선수들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져서 분하고 억울해 했다. 류현진과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등이 후배들에게 "기죽지 말고 다음 번에 준비 잘해서 좋은 모습 보이면 된다. 오늘로 끝이 아니다"라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노경은이 지난 11일 미국으로 이동하는 전세기 안에서 동료들이 준비한 생일 케이크 촛불을 불어 끄고 있다. /사진=KBO 공식 SNS 영상 캡처
"전세기 생일 파티, 잊지 못할 것"

- 2013년 이후 13년 만에 WBC에 참가했는데.

▶ 그때는 열정으로만 임하고 야구에 대해 많이 부족했다. 체계적인 루틴과 컨디션 관리를 통해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방법을 나이 먹으니 알겠더라. 13년 전 좋은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엔 컨디션 조절을 잘 했다.

- 메이저리그 구장(8강전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 사실 개인적으론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여태껏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에 간 적이 없었다. 나중에 은퇴하고 미국에 갈 일이 있으면 티켓 사서 구경하려 했는데 개인적인 꿈을 이뤄 감격스러웠다.

- 예년보다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린 것 아닌가.

▶ 감독님께서도 쉬라고 했는데, 국제대회를 치렀지만 좋은 환경에서 몸 관리 잘 하고 좋은 대우 받으면서 공을 던져 힘든 건 전혀 없다. 저도 좋은 시범경기를 하고 온 셈이라 페이스가 똑같다.

- 11일 생일 때 전세기에서 후배들로부터 축하 케이크를 받았는데.

▶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2026년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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