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 불출석했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의 입장이 처음 공개됐다. 청문회가 끝난 지 일주일 만이다. 다만 이마저도 언론을 통해 슬그머니 입장만 내놨다. 홍명보 전 감독 면담 당시 자필로 기록한 자료가 있으니, 이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단 일방 주장이다.
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임생 전 이사의 법률대리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 감사에서 드러난 문체부의 인식과 달리, 이임생 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면담하면서) 자필로 기록한 자료가 존재한다"며 "그동안 잘못된 사실관계나 루머를 바로잡기 위해 문체부와 축구협회 간 소송이 진행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이임생 이사 이름으로 '소송참가'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문체부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며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김정배 전 상근부회장, 그리고 이임생 이사 등에 대한 징계를 대한축구협회에 권고했다. 문체부는 정 전 회장과 김 전 부회장, 그리고 이임생 이사 모두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이임생 이사의 경우 '규정상 권한이 없는데도 회장 지시를 이유로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방법으로 면접을 실시했다'는 게 문체부 지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임생 전 이사 측은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최종 후보자 3인의 면담을 마친 뒤, 홍 감독의 수락 의사를 전달하자 정몽규 회장이 '그럼 홍명보 감독으로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홍보실 차원의 (홍명보 감독) 내정 발표나 홍 감독의 계약 진행, 이임생 이사의 보고서 작성 등은 김정배 전 부회장의 업무 지시 아래에서 진행됐다는 게 이임생 이사 측의 뒤늦은 주장이다.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인지, 직접 자필로 작성했다는 자료는 실재하는지 혹은 신빙성이 있는지 등은 앞으로 법정에서 따져볼 일이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건 이 이사의 입장이 공개된 시점과 그 절차다. 실제 억울한 부분이 있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가 있었다면 지난달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해명할 수 있었다.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청문회 출석에서 주장하는 게 오히려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임생 전 이사는 정작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엔 '불출석'했다. 정몽규 전 회장, 홍명보 전 감독, 김정배 전 부회장 등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이 전 이사만 쏙 빠졌다. 해외 취업이 불출석 사유였다. 캄보디아 구단인 나가월드FC 테크니컬 디렉터 선임이 공식화된 건 지난달 7일. 공교롭게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닷새 만에 생소한 리그, 생소한 구단의 테크니컬 디렉터 선임이 발표됐다. 해외 도피성 취업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 전 이사는 실제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임생 전 이사 측은 "나가월드 구단의 제안을 최종 수락한 시점은 한국이 체코를 꺾었던 지난 6월 12일이었다"고 해명했다. 홍명보호를 둘러싼 분위기가 그나마 좋았던 체코전 승리 시점 등 날짜를 굳이 덧붙인 건, 이른바 도피성 취업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의도로 읽혔다. 다만 이임생 이사가 실제 언제 수락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핵심은 '청문회 불출석'이었다.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이임생 전 이사의 청문회 불출석은, 축구협회 청문회가 맹탕으로 끝난 원인 중 하나였다. 이임생 전 이사가 정말 떳떳했다면, 혹은 일련의 사태에 조금이라도 미안한 감정이 있다면 직접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주장하고 해명하거나 고개를 숙였어야 했다. 무엇이 잘못 알려졌는지, 혹은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소상하게 밝히는 게 그가 조금이나마 책임질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이임생 이사는 스스로 그 기회를 저버렸다. 그리고는 청문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자필 기록이 있다'는 등 입장을, 그것도 언론 보도를 통해 슬그머니 흘렸다. 여러 정황상 '비겁하다'는 반응으로 귀결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편 청문회 당시 이재정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국회의 출석 요구는 국회의원의 출석 요구가 아니라 공론화 자리에 나와달라는 '국민의 요구'다. 성실하게 응하고, 최소한의 의지를 가져 응답하는 게 마땅하다"며 "이번 청문회 자리를 외면했다고 해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향후 예정된 국정감사 등에서 다시 논의해 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