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시즌 KBO 리그에서 선두로 순항 중인 KT 위즈지만, 사령탑 이강철(60) 감독의 머릿속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1위라는 순위 뒤에는 매 경기 살얼음판을 걷는 불펜 운용의 현실적인 고뇌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불펜진의 현주소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접전 상황에서 거둔 승리에 안도하면서도, 냉정하게 마운드의 전력을 짚었다.
이 감독은 "솔직히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박영현 빼고 믿을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반문하며 "(박영현 말고) 누구를 내보내야 할지 한번 골라보라"고 털어놨다. 필승조의 축인 마무리 박영현을 제외하면 경기 후반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토로였다. 투수 출신 감독이기에 더욱 투수에게는 냉철했다.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스기모토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선을 유지했다. 이 감독은 "주변에서는 잘 던진다고 칭찬하지만, 내게 가장 물음표인 투수가 바로 스기모토"라며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기보다는 수 싸움과 운이 따라주면서 결과를 내고 있다. 벤치에서 사실 매 이닝 가슴을 졸이며 지켜본다"고 밝혔다.
구속 혁명이 대세가 된 현대 야구에서 팀의 구속 경쟁력에 대한 자조 섞인 평가도 내놨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볼 스피드 상위 10명을 뽑으면 우리 팀은 한 명도 안 들어갈 것"이라며 "우리는 구위형이 아니라 예전 스타일의 제구형의 투수진이다. 결국 타자와의 상성을 철저히 따져서 1이닝, 1타자씩 퍼즐 맞추듯 쪼개 쓰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대의 타순과 매치업을 고려해 배제성, 우규민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며 버티고 있지만, 계산이 서는 투수가 부족한 탓에 사령탑의 벤치 계산은 매 경기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9월 중순 선발 투수 소형준을 비롯해 오원석, 마무리 박영현 등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변수까지 도사리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선발이 빠지면 배제성은 선발로 이동해야 한다. 결국 구위 좋은 투수들이 불펜에서 버텨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그 정상급 타선과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선두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KT. 하지만 8월이 지나 9월 들어 순위 싸움이 절정에 달할수록 불펜의 과부하와 안정감 문제는 언제든 뇌관이 될 수 있다. "박영현 빼고 누가 있나"라는 이강철 감독의 한마디는 단순한 엄살이 아닌, 1위 수성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냉정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