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서 세 번째 팀인데 처음으로 제가 선택해서 왔잖아요. 그래서 책임감이 더 큰 것 같아요."
프로 데뷔 후 두 차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장지원(25)이 직접 KB손해보험 스타즈를 새로운 도전지로 골랐다. 그리고 새 팀에서 그를 기다리는 자리는 지난 시즌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친 주전 리베로의 빈자리다.
장지원은 11일 일본 사카이시 전지훈련 현장 취재진과 만나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동료들과 한마음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내가 선택해서 온 팀이라 책임감은 확실히 크다"고 말했다.
남원중앙초-남성중-남성고를 졸업한 장지원은 2019~2020시즌 한국배구연맹(KOV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우리카드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로 옮겼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도 마쳤다.
지난 시즌에는 한국전력에서 31경기 98세트에 출전해 리시브 효율 35.2%를 기록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시즌이었음에도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으며 다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시즌 종료 후 첫 FA 자격을 얻었고 선택은 KB손해보험이었다.
장지원은 "나를 원하는 팀이었다는 점이 가장 컸다. 동료를 비롯해 모든 부분에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팀이라고 생각했다"며 "하현용 감독대행님을 비롯해 (나)경복이 형, (황)경민이 형처럼 함께 뛰어본 선수들이 많아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적응을 잘했다'는 말만으로 끝날 수는 없다. KB손해보험이 장지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은 2년 연속 주전 리베로가 바뀌었다. 2024~2025시즌까지 후방을 책임졌던 정민수가 임성진의 FA 보상선수로 한국전력으로 떠났고, 지난 시즌에는 김도훈이 그 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김도훈은 2025~2026시즌 36경기 137세트에 출전해 리시브 효율 37.18%로 리그 5위, 세트당 디그 1.971개로 5위, 수비는 세트당 3.992개로 4위에 올랐다. 사실상 첫 풀타임 주전 시즌에 리그 톱 5급 리베로로 성장하며 KB손해보험의 정규리그 3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김도훈마저 시즌 뒤 FA로 OK저축은행으로 옮겼다. KB손해보험은 다시 한번 주전 리베로를 새로 세워야 했고 장지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담이 없을 리 없다. 특히 지난 시즌 KB손해보험은 정규리그 19승 17패, 승점 58로 3위를 차지했지만, 우리카드와 단판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짧은 봄 배구에 만족해야 했다. 새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비예나가 떠나고 임성진이 입대한 공격진의 변화뿐 아니라 후방 안정도 필수적이다.
장지원 역시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몸부터 바꾸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체중이 늘었고, 그러면서 움직임이 느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다시 날렵했던 시절의 몸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지금 75㎏ 정도인데 2㎏을 더 빼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리베로는 잘했을 때보다 실수했을 때 더 쉽게 눈에 띄는 포지션이다. 공격수처럼 리시브가 흔들린 뒤 공격 득점으로 스스로 만회하기도 어렵다. 장지원은 "공격수는 리시브가 흔들려도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지만 리베로는 그럴 수 없다. 그런 점이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연차가 쌓이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인드컨트롤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주전이라는 무게도 피하지 않으려 한다. 그는 "운동선수라면 당연히 짊어져야 하는 무게라고 생각한다"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모든 상황에서 후회 없이, 두려움 없이 해보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 김도훈 역시 개막 초반 뛰어난 리시브를 보여주다 후반기에는 흔들리는 시기를 겪었고 이학진과 역할을 나누기도 했다. 결국 긴 정규시즌 동안 수비력을 얼마나 꾸준히 유지하느냐가 KB손해보험 리베로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다.
장지원에게는 이제 그 기회가 왔다. 2019-20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우리카드의 선택을 받았고, 2022-23시즌을 앞두고는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으로 이적했다. KB손해보험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했다. 그래서 팬들을 향한 약속도 거창하지 않았다.
장지원은 "경기력에 따라 팬분들의 시선이 냉정할 때도 있고, 잘하면 한없이 예뻐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안다"며 "잘되든 안 되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 조금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