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경쟁에서 탈락했던 김민수(20·레인저스FC)가 A대표팀으로 향한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비롯해 연령별 대표팀 소속으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기록이 없는 그의 '깜짝 월반'이다.
김민수는 14일 충남 천안의 코리아풋볼파크에서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이 발표한 9~10월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평가전 4연전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드필더로 분류돼 생애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된 김민수는 30명의 A대표팀 가운데 2006년생 막내이자 유일한 2003년생 이하 선수다. 바로 위 나이대인 김건희(인천 유나이티드)·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과는 4살 차이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탈락의 아쉬움도 단번에 털었다. 김민수는 앞서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 시험대에 오른 바 있으나 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최종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민성 감독은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해외 전지훈련 당시 김민수를 소집하려 했으나 당시 소속팀이던 FC안도라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 3월 천안에서 소집돼 일본 U21, 미국 U22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 나선 게 이민성 감독과 김민수의 유일한 동행이었다. 결국 이 감독은 김민수를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어린 시절 스페인 유학길에 올라 일찌감치 프로에 데뷔했고, 지난 시즌 스페인 2부에서 6골 4도움의 활약을 펼친 '재능'의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탈락은 아쉬움이 컸다. 심지어 김민수는 최근 스코틀랜드 명문팀인 레인저스FC로 이적해 등번호 10번을 배정받았다. 이적료는 1000만 유로(약 157억원), 구단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마주한 셈이다.
그러나 A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모레노 감독이 김민수를 택했다.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 경쟁에서 탈락한 선수가 대신 A대표팀으로 향한 것이다. 모레노 감독은 김민수를 콕 집어 선발 배경을 설명하진 않았다. 대신 "발탁된 선수들은 최근 10경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경기력과 역할에 집중해 선발했다"고 했다. 모레노 감독의 선발 기준을 20세 김민수가 충족했다는 의미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김민수는 아직 연령별 대표팀 출전 기록이 없다. 지난 3월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진행된 일본·미국과의 경기에 U23 대표팀 소속으로 나섰으나 2경기 모두 '연습경기'로 분류돼 기록에 남지 않았다. 결국 김민수는 연령별 대표팀 공식 기록 없이 한 번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를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물론 A대표팀에 합류한 뒤 모레노 감독으로부터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가장 어리지만 A대표팀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오롯이 실력으로 경쟁자들보다 앞서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임시 감독 신분으로 당장 성과가 필요한 모레노 감독 입장에서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김민수에게 기회를 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모레노 감독도 어떻게든 성과를 내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반대로 김민수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른 선배들에 경험이 크게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누비는 등 꾸준히 프로레벨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거액의 이적료로 레인저스로 이적해 등번호 10번을 배정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적 후에도 좋은 움직임을 선보이며 현지 매체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물론 만만치 않은 2선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김민수는 최근 소속팀에서 4-2-3-1 전형의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다. 다만 이전 소속팀에서는 왼쪽 측면에 주로 포진했다. 최전방과 오른쪽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이 4-4-2 전형을 주 전술로 언급한 만큼 대표팀 내부에선 왼쪽 미드필더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외신들이 김민수를 손흥민(LAFC)의 후계자로 지목한 것 역시 주로 왼쪽 측면에 포진해 스피드와 슈팅력을 강점으로 발휘하는 스타일이 손흥민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스페인 매체 폰도세군다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축구는 손흥민 은퇴 이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김민수를 콕 집어 조명한 바 있다.
만약 이번 4연전에서 기회를 얻고, 그라운드 위에서 존재감까지 보여줄 수 있다면 김민수는 한국축구의 미래에서 현재로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새로운 공격 자원이 대표팀에 새롭게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축구에 의미 있는 일이다.
한편 김민수를 포함한 축구 대표팀은 오는 21일 소집된다. 이후 24일 에콰도르(수원월드컵경기장), 28일 우루과이(서울월드컵경기장), 내달 2일 베네수엘라(울산문수축구경기장), 6일 우즈베키스탄(용인미르스타디움)과 4연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해까지 9월과 10월 각 2연전씩 A매치 기간을 운영했으나, 올해부터는 9~10월을 통합해 4연전 방식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