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다리 경련 왔는데도 약점 안 노렸다" 백하나-이소희가 보여준 품격... 해외 매체도 '스포츠맨십' 찬사 [아이치 나고야 AG]

이원희 기자
2026.09.29 22:21
이소희-백하나 조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류성수-탄닝 조를 2-1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인 류성수에게 다리 경련이 발생했으나 한국 선수들은 부상 부위를 의도적으로 공략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쳤다. 경기 종료 후에도 상대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등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며 한국 여자복식에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여자복식 백하나 이소희가 29 일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중국 탄닝, 류성수 조를 2-1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한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 기자.

금메달을 향한 승부는 치열했지만 상대의 부상을 이용하지 않았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복식 간판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세계랭킹 2위)가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빛나는 스포츠맨십까지 보여줬다.

이소희-백하나는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의 류성수-탄닝 조에 2-1(26-28, 21-18, 21-18) 역전승을 거뒀다.

무려 1시간51분 동안 이어진 대혈투였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이소희-백하나는 이날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지난 대회의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한국 여자복식이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것은 2002 부산 대회 라경민-이경원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결승전다운 명승부였다.

1게임부터 두 조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붙었다. 20점 이후에도 동점과 역전이 반복됐고 듀스 접전은 26-26까지 이어졌다. 결국 중국 조가 마지막 2점을 가져가며 28-26으로 첫 게임을 따냈다. 1게임에만 무려 41분이 걸렸다.

하지만 이소희-백하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2게임에서도 팽팽한 승부가 계속됐지만 중반 이후 한국 조가 조금씩 주도권을 잡았다. 막판 18-18 동점까지 허용했으나 이후 내리 3점을 따내며 21-18로 승리했다. 게임 스코어 1-1. 금메달의 주인은 마지막 3게임에서 결정되게 됐다.

3게임은 더욱 극적이었다.

이소희-백하나는 초반 5-2, 10-6으로 앞서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강력한 공격력을 앞세운 류성수-탄닝이 10-10 동점을 만든 뒤 흐름을 뒤집었다. 중국 조는 한때 15-12까지 달아났고 경기 막판에도 18-17로 한 점 앞섰다.

바로 그때 변수가 발생했다.

18-18에서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섰던 중국 류성수에게 다리 경련이 찾아왔다. 파트너 탄닝이 직접 류성수의 다리를 풀어줄 정도였다. 짧은 치료 뒤 다시 코트에 섰지만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한때 코트에 주저앉은 상태에서도 셔틀콕을 받아넘기며 승부를 이어갔다.

부상당한 중국선수 위로하는 백하나 '중국에 2-1로 승리한 대한민국 백하나와 이소희' /사진=강영조 선임 기자.

금메달까지 불과 몇 점 남지 않은 상황. 상대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노렸다면 승부를 훨씬 수월하게 풀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소희-백하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홍콩 매체 HK01은 경기 후 이 장면을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상대 선수가 부상을 당한 것은 한국 조에 좋은 기회였지만 백하나-이소희는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며 "부상당한 류성수를 의도적으로 공략하지 않고 오히려 부상이 없는 탄닝 쪽으로 최대한 셔틀콕을 보내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승리를 위해 부상으로 움직임이 둔해진 류성수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대신,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탄닝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승자는 한국이었다. 17-18로 뒤졌던 이소희-백하나는 마지막 순간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18-18 동점을 만든 뒤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결국 21-18로 승부를 끝냈다. 마지막 4점을 모두 가져오는 짜릿한 역전이었다.

스포츠맨십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HK01은 "경기 종료 후 두 한국 선수는 가장 먼저 부상당한 류성수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며 "코트 안팎에서 모두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국 여자복식 백하나(앞)와 이소희. /사진=강영조 선임 기자.

승리 자체의 의미도 남달랐다. 2022년 10월부터 호흡을 맞춘 이소희-백하나는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굵직한 성과를 만들어온 한국 여자복식의 간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왕중왕전'으로 불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중국오픈과 인도오픈, 싱가포르오픈에서는 4강에 머물렀지만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달 세계선수권에서는 정상에 올랐다.

특히 세계선수권 우승은 한국 여자복식으로서는 1995년 길영아-장혜옥 이후 무려 31년 만이었다.

당시 결승 상대 역시 류성수-탄닝이었다. 이소희-백하나는 세계선수권에 이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세계랭킹 1위 중국 조를 무너뜨리며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연이어 웃었다.

24년 만의 금메달도 빛났지만, 승부의 마지막 순간 보여준 품격도 그에 못지않았다.

여자복식 백하나 이소희(왼쪽)가 29 일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중국 탄닝, 류성수 조를 2-1로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시상식에 금메달을 목에 건 백하나와 이소희. /사진=강영조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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