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20·SSG 랜더스)이 고졸 신인 선발 10승이라는 진기록에 아쉽게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사령탑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이숭용(55) SSG 감독은 2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복귀한 뒤 김민준이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는 누가 봐도 선발 한 자리를 줘도 괜찮을 정도"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나 역시 굉장히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민준이 직전 경기인 24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 승리를 추가했다면 고졸 신인 선발 10승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 KBO 역사에서 고졸 신인이 데뷔 시즌 선발로 10승을 거둔 사례는 단 9명뿐이다. SSG 구단 역사에는 아직 한 명도 없었다.
가장 최근이 2006년 류현진(39·한화 이글스)의 18승, 2020년 소형준(25·KT 위즈)의 13승이었다. 이들 모두 국가대표 에이스로 성장했고, 김민준 역시 그 계보를 잇는 잠재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러나 기록 도전 여부를 떠나 첫 시즌부터 보여준 모습 자체가 대단했다. 김민준은 대구고 시절부터 경기 운영 능력과 탈삼진 능력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3학년 때 20경기에 등판해 10승 무패,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했고 78⅔이닝 동안 삼진 104개를 솎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이 11.9개에 달했다.
그 결과 2026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SSG 유니폼을 입었고, 입단 전인 지난해 11월에는 스타뉴스가 주최한 '2025 퓨처스 스타대상' 야구 부문 대상까지 받았다.
SSG의 기대도 남달랐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민준을 5선발로 낙점했다. 당시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던져보지 않은 신인이었지만, 이 감독은 "왜 걔는 신인이라고 생각을 안 했지"라고 말할 정도로 일찌감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문제는 오른쪽 어깨였다. 시즌 시작을 앞두고 통증이 발생해 데뷔가 6월까지 미뤄졌다. 마운드에 복귀한 뒤에는 부상으로 빠진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7월 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며 팀의 9연패까지 끊었다.
7월 23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는 8월 18일 삼성전까지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긴 연속 경기 QS 기록이었다. 최고 시속 150㎞를 넘긴 직구에 시즌 도중 새롭게 다듬은 슬라이더까지 더하면서 고교 시절부터 장점이었던 경기 운영 능력도 한층 빛났다.
이후에도 안정적인 피칭으로 올 시즌 15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3.65. 79이닝 동안 34볼넷 62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23, 피안타율은 0.216을 기록했다. 이 모든 것이 프로 무대를 처음 밟는 투수가 약 석 달을 부상으로 보내고도 남긴 성적이었다.
사령탑에게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시즌 초 김광현(38)까지 수술로 빠진 상황에서 김민준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SSG는 전반기 선발진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감독은 "김민준도 아팠기 때문에 전반기 선발이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도 있지만,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내년에 더 밝게 빛날 수 있는 선발 한 명을 발견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10승이라는 숫자는 멀어졌어도 데뷔 시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미 이뤘다. SSG도 내년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발견했다. 이 감독은 "(김)민준이는 앞으로 두 번 더 등판할 예정이다. 마지막 홈 경기 선발로도 아빌라와 함께 고민 중"이라며 "내년에는 민준이가 풀시즌을 뛰면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