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졸속 행정' 韓 역경 딛고 금메달 딴 게 기적... 日 향한 세계적 비판 세례 "악몽 그 자체, 이해 불가 수준" [아이치 나고야 AG]

박건도 기자
2026.10.04 00:4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숙소 누수, 국가 오송출, 버스 미배차 등 총체적 운영 부실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결승 당일 훈련 취소와 편파 판정의 역경을 딛고 일본을 꺾으며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지사는 책임 회피를 위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승현(왼쪽)이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는 이현중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뉴스1

총체적 난국과 졸속 운영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최고 책임자가 연일 쏟아지는 비판을 피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국 선수단 역시 결승 당일 버스 미배차라는 황당한 사고를 겪고도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참사를 면했지만, 전 세계적인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 매체 '데일리 신초'는 3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연일 전 세계의 혹평을 받으며 불타오르고 있음에도 대회 조직위원장이자 아이치현 수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지사가 미디어 앞을 철저히 피하며 도망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대회는 개막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선수가 컨테이너형 숙소의 누수 피해를 폭로하며 구조 요청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태국 세팍타크로 대표팀이 명단 누락 탓에 크루즈선 숙소 바닥에서 잠을 자는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남자 하키 한국과 방글라데시 경기에서는 태극기를 띄워놓고 북한 국가를 틀어버리는 외교 참사까지 터졌다. 개막 이후에도 대만 관객의 응원 타월 압수 논란, 욱일기 반입 금지 번복 소동, 파키스탄 배구 대표팀을 엉뚱한 경기장으로 데려가 경기가 45분 지연되는 등 파행이 거듭됐다.

한국 대표팀 역시 주최 측의 수준 이하 운영에 발목을 잡힐 뻔했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지난달 20일 개최국 일본과 결승전을 앞두고 공식 셔틀버스가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오전 슈팅 및 전술 훈련을 통째로 취소해야 했다. 적진 한복판에서 훈련조차 소화하지 못하고 극심한 편파 판정의 텃세까지 겪었지만, 일본을 67-57로 완파하고 12년 만에 기적 같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올랐기에 망정이지 자칫 개최국의 조잡한 진행이 메달 색깔을 바꿀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국 남자 하키대표팀. /사진=대한하키협회 SNS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조직위를 향해 F등급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역대 최악의 아시안게임인가라며 비꼬았다. 인도 매체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나고야의 악몽이라고 맹비난했다. 내부에서는 630억 엔(약 5700억 원) 규모의 경기장 가설을 수주한 프랑스계 기업의 불통과 늑장 공사 문제가 터져 나오며 조직위 내부 관계자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 모든 참사의 정점에 있는 오무라 지사는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개막 전에는 공식 티셔츠를 입고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으나,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지난달 29일 예정됐던 정례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아이치현 출입기자단이 대회 기간 중 회견을 열어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공무를 핑계로 끝내 거부했다.

오무라 지사는 폐회식 당일인 4일 오전에야 취재증 보유 매체를 상대로 회견에 나설 예정이다. 현정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내년 2월 5선 도전을 앞둔 오무라 지사가 아시안게임 파행의 전범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회 종료 시점에 맞춰 전략적 도망을 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회가 끝나갈 무렵 나타나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식의 면피성 입장으로 덮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참가국들의 분노와 개최국 내외의 혹평이 극에 달한 만큼 대회가 끝난 뒤에도 졸속 운영에 대한 총책임자의 책임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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