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배우고 박철우부터 칭찬했다... 라미레스 KB 감독이 韓 지도자들에게 보낸 존중 "나는 나누러 온 게 아니라 더하러 왔다"

평택=김동윤 기자
2026.10.06 09:01
KB손해보험의 제12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은 한국인 지도자들에 대한 존중을 표하며 외국인 지도자와의 우열을 나누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시즌 박철우 감독과 신영철 감독의 성과를 언급하며 자신은 한국 배구에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왔음을 강조했다. 또한 한국 배구를 이해하기 위해 지난 시즌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으며 가족들도 오는 12월 한국으로 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KB손해보험 감독이 5일 경기도 평택시 남부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출정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을 3년간 이끌고 이제 V리그에 뛰어든 이사나예 라미레스(43·브라질) KB손해보험 감독이 외국인 지도자와 한국인 지도자를 굳이 나누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인 지도자들을 향한 존중부터 나타냈다.

라미레스 감독은 5일 경기도 평택시 남부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출정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외국인 감독이 한국 배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2026~2027시즌 V리그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 감독이 지휘하는 팀은 4곳이다. 헤난 달 조토(66·브라질)의 대한항공, 필립 블랑(66·프랑스)의 현대캐피탈, 토미 틸리카이넨(39·핀란드)의 삼성화재에 이어 KB손해보험이 라미레스 감독 선임으로 그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외국인 사령탑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새로운 지도 방식과 전술이 주목받는 한편, 애초 전력이 좋은 팀을 맡았기에 성적을 냈다는 시선도 있다.

라미레스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와 국내 지도자의 우열을 나누는 데 선을 그었다. 그는 먼저 박철우(41) 우리카드 감독을 언급했다. 박철우 감독은 지난 시즌 4라운드부터 감독 대행을 맡아 원정 전승 포함 정규리그 14승 4패, 승률 77.8%를 기록하며 전반기 6위 팀을 봄 배구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에 새로 부임한 신영철(62) 감독 역시 17승 19패, 승점 50으로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부산 연고 이전 첫 시즌 홈에서만 13승 5패를 거두며 시즌 막판까지 봄 배구 경쟁을 이어갔다.

라미레스 감독은 "지난 시즌 박철우 감독도 좋은 지도력으로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진출했고, OK저축은행도 전반기에 정말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한국인 감독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을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곳에서 내 일을 하고 KB손해보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카드 박철우 감독.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인 지도자들은 라미레스 감독에게 경쟁 상대이기에 앞서 지난 3년간 한국 남자배구의 국제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함께 고민해 온 동료이기도 하다. 2024년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올해 아시아배구연맹(AVC)컵 준우승과 동아시아선수권 우승, 아시아 남자배구 선수권 3위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를 통해 한국은 2027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배구 월드컵 출전권도 확보했다.

지난 4일을 끝으로 대표팀 임기를 마친 라미레스 감독은 곧바로 KB손해보험과 계약을 맺고 제12대 사령탑에 올랐다. 대표팀에서 V리그로 무대는 달라졌지만, 한국 배구와의 인연은 그대로 이어졌다.

라미레스 감독은 "많은 한국인 감독들에게 정말로 큰 존경을 표하고 싶다. 내가 국가대표 감독을 했을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대표팀에서도 한국인 코치들과 함께했고 굉장히 좋은 코치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언가 나누고 싶지 않다. 나는 이 자리에 하나를 더 하기 위해 왔다(I'm not here to divide. I'm here to sum)"라며 "절대로 내가 누구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KB손해보험 소속으로서 팀이 한 단계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은 국내 감독과 외국 감독들이 만들어 나갈 V리그에 함께하기 위해 왔다는 뜻이었다. 라미레스 감독은 "긍정적인 요소와 스태프들이 가진 지식을 하나로 모아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 KB손해보험에도 정말 좋은 국내 스태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한국인 감독과 한국인 코치들에게 큰 존중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KB손해보험 감독이 5일 경기도 평택시 남부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출정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 배구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코트 밖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라미레스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아직 한국어를 읽고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거나 발음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매일 조금씩 익히고 있다.

라미레스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조금 읽을 수는 있지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며 "내가 한국인이 될 수는 없지만, 한국어를 읽고 사용하려는 모습을 통해 '이 사람이 정말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려고 하는구나'라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어 공부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 혈통을 가진 지인에게 한국어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일상에서는 한국인 스태프들과 함께 글을 읽으며 공부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이제 KB손해보험에도 한국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는 "KB손해보험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받고 싶다. 정말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며 "여러분과 더 자유롭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도전이지만 하고 싶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웃으며 "시간만 좀 달라"고 덧붙였다.

한국 생활에는 가족들도 함께할 예정이다. 아내와 막내아들은 오는 12월 한국에 올 계획이다. 딸 역시 배구를 하고 있고, 큰아들은 브라질 프로팀에서 세터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가족들이 12월 정도에 한국에 올 예정이다. 오랜 시간 가족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함께할 기회가 생겨 모두 굉장히 좋아했다"며 "우리 가족은 모두 배구 가족이다. 아이들도 모두 배구를 한다. 가족들이 한국에서 함께하는 것도 우리에게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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