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낯부끄러운 병역 면제 자축이 불러온 후폭풍이 결국 국방부의 '예술·체육요원 폐지 추진'이라는 철퇴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국방부는 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논란이 커진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와 관련해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제도의 전면 감축 및 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담아 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병역의무자 간의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못 박았다.
군 당국은 특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촉발한 일련의 설화에 대해 직접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대변인은 "최근 일부 스포츠계에서 나온 언행에 대해 국방부 입장에서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병역 의무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존중하고 숭고하게 여겨야 할 신성한 의무다. 그 가치를 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회문화가 정착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군 당국의 강경 대응은 아시안게임 4연패 달성 직후 쏟아져 나온 국가대표 선수들의 철없는 언행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민성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일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환희의 순간은 곧바로 국민적 분노로 뒤바뀌었다. 주장 이기혁(강원FC)은 믹스트존 취재진 앞에서 금메달을 흔들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소리쳤고,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고 군 면제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막내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마저 라커룸에서 군 전역모를 쓴 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청춘을 바쳐 전방에서 복무 중인 군 장병과 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영국 '텔레그래프', 일본 '론스포', 중국 '소후닷컴' 등 외신들까지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의 가치를 군 면제 거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대대적으로 다루며 국제망신까지 초래했다.
정치권의 반발도 거셌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매년 입대하는 청년들은 호구인가"라며 "국가를 욕보이고 군대를 혐오하는 이들에게 면제는 가당치 않다"고 쏘아붙였다. 뒤늦게 선수들과 축구협회가 잇따라 사과문을 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차갑게 식은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부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정부는 심각한 인구 절벽으로 징집 자원이 메말라가는 상황에서 보충역 인력 축소 방안을 검토해 왔다. 지난 8월 홍소영 병무청장 역시 보충역 제도의 단계적 감축과 폐지 검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구조적 변화 국면에서 터진 축구대표팀의 경솔한 처신이 불붙은 폐지론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태극마크의 무게와 헌신의 가치를 잊은 채 병역 면제에만 취해 있던 선배들의 철없는 입방아가 반세기 넘게 이어진 특례 제도의 끝을 앞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