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프로축구 경기 후 상대팀 관중과 충돌했던 박항서 감독이 당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감독이 분노한 직접적인 이유는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아니라, 소속 선수를 향해 쏟아진 지속적인 욕설과 인종차별적 언행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소속사 DJ매니지먼트는 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최근 태국 파타야 유나이티드와 칸차나부리 파워 FC의 경기 종료 후 발생한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소속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과 태국, 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박항서 감독과 존 바지오 선수가 태국축구협회에 제출한 공식 소명서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과 박 감독의 입장을 전달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박 감독이 이끄는 칸차나부리는 지난 1일 태국 파타야의 농프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태국 프로축구 2부리그 파타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겼다.
문제는 경기 종료 후 발생했다. 박 감독이 라커룸으로 향하던 중 일부 관중과 거친 언쟁을 벌인 것이다.
당시 태국 현지 매체 카오솟 등은 일부 관중이 박 감독을 향해 한국인을 비하하는 '김치맨'이라는 표현과 욕설을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박 감독은 처음에는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관중의 도발이 계속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관계자들이 양측을 제지하면서 물리적인 충돌은 피했다.
이 장면이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특히 박 감독이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분노해 관중과 충돌했다는 점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 소속사 발표에 따르면 박 감독이 관중에게 항의한 직접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DJ매니지먼트는 "현재 여러 언론에서는 박항서 감독이 상대팀 관중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듣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에는 함께 알려져야 할 중요한 내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항서 감독이 당시 관중에게 항의한 직접적인 계기는 자신을 향한 모욕이 아니라, 소속 선수 존 바지오에게 가해진 지속적인 욕설과 인종차별적 언행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지오를 향한 인종차별적 표현에는 '원숭이'라는 단어까지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는 "존 바지오 선수의 소명서에 따르면 경기 중부터 일부 상대팀 관중들은 선수를 향해 지속적인 욕설과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이어갔다"며 "경기 종료 후 라커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언행은 계속됐으며, 그중에는 '원숭이'라는 인종차별적 표현도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박 감독 역시 이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소속사는 "박항서 감독 역시 소명서를 통해 당시 선수에게 가해지는 모욕적인 언행을 직접 목격했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관중에게 항의했다고 밝혔다"며 "그 과정에서 박 감독 자신을 향해서도 한국 국적을 겨냥한 모욕적인 발언이 이어졌으며, 상황이 더욱 격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신의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관중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박 감독까지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당했고, 상황이 격해졌다는 것이 소속사 측 설명이다.
소속사는 박 감독이 지도자로서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는 책임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당시 자신의 선수를 향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인격적인 모욕과 인종차별적 언행을 목격했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관중에게 항의했다"며 "자신의 선수가 부당한 모욕을 당하는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선수를 보호해야 하는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의 오랜 별명인 '파파 박'도 언급했다. 소속사는 "베트남 축구 팬들에게 박항서 감독은 오랫동안 '파파 박'이라는 애칭으로 불려 왔다"며 "박 감독은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이번 사건 역시 이러한 지도자로서의 책임감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적 모욕과 그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으로만 알려지기보다, 그 이전에 자신의 선수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 그리고 왜 관중에게 항의하게 되었는지를 함께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감독은 태국 축구와 태국 팬들을 존중하며, 이번 사건이 태국 축구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뜻도 전했다.
현재 태국축구협회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선 상태다. 태국축구협회는 앞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징계 절차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DJ매니지먼트는 "현재 태국축구협회에서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오는 11월 10일 예정된 관련 절차를 통해 당시의 상황과 사건의 경위가 충분히 확인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항서 감독은 앞으로도 칸차나부리 파워 FC의 감독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