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국시리즈(KS)에서 준우승했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박진만(50)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주저 없이 이렇게 답했다. 정규시즌에는 순리대로 경기를 운영했지만, 가을야구에서는 달랐다. 과감한 투수 교체와 선발·구원투수의 경계를 허문 변칙적인 운용으로 삼성의 12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삼성은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12-1로 대승했다. 1차전 패배 이후 내리 4연승을 거두며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이날도 박 감독의 투수 운용은 파격적이었다. 선발 원태인(26)이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자, 6회부터 크리스 페덱(30)을 마운드에 올렸다.
불과 나흘 전 2차전에서 7이닝 102구를 던졌던 페덱은 남은 4이닝 동안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고 삼진 4개를 잡아내는 퍼펙트 피칭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원태인 역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불펜과 선발을 오고 가며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35로 마운드를 지켰다.
박 감독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변칙적인 운영을 많이 했다. 정규시즌 때는 거의 변칙 없이 순리대로 운영했는데, 2024년 한국시리즈와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전에서는 틀에 딱 맞게 운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하게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는 바꿔줘야 한다"며 "흐름을 이어가려면 선수들이 힘들어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강한 투수로 밀어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선발투수들의 보직과 등판 간격에 얽매이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아리엘 후라도가 2승을 책임졌고, 원태인은 구원 투수로 힘을 보탰다. 페덱은 짧은 휴식에도 계속 마운드에 올랐고, 이승민은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거의 매 경기 등판했다.
박 감독은 "페덱도 플레이오프부터 3일 간격으로 100구 가까이 던졌고, 후라도도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했다. 이승민도 거의 전 경기에 나섰다"며 "우리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길 수 있었다. 누구 한 명을 꼽기 어렵다. 우리 선수들이 하나가 돼 우승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투수 운용의 변화가 빛을 발한 분수령은 2차전이었다. 삼성은 1차전에서 0-8로 뒤지다가 7-8까지 따라붙었지만 끝내 패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이후 대구로 돌아와 3~5차전을 모두 잡았다.
박 감독은 "1차전에서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줬지만, 따라가면서 중후반에는 타선의 힘으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2차전이 정말 중요했다. 거기서 졌다면 4패로 끝나지 않았을까 싶다. 수원에서 1승 1패를 목표로 했는데 어려운 경기를 이기고 그 분위기를 대구까지 가져왔다"고 돌아봤다.
선수들의 부상 투혼도 빼놓지 않았다. 구자욱(33)은 왼쪽 햄스트링 부상에도 한국시리즈 5경기를 모두 뛰며 MVP를 차지했다. 강민호(41) 역시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고, 최형우(43)는 골반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외야 수비까지 소화했다.
박 감독은 "(구)자욱이도 그렇고 (강)민호도 그렇다. (최)형우도 골반이 좋지 않은데 아픔을 감추면서 수비까지 나갔다"며 "(이)승민이도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거의 매 경기 출전했다. 그렇게 아픈 몸으로 계속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더 고맙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6차례 경험했던 박 감독에게도 사령탑으로서의 첫 우승은 특별했다. 그는 "나도 감독으로 첫 우승인데 선수 때 우승과 차이가 엄청 난다. 선수 때는 개인의 힘이 모여 우승할 수 있지만, 감독은 선수들의 상황과 분위기, 전체적인 흐름을 바꿔야 한다. 투수 교체도 정말 어려웠다"며 "감독으로서 우승하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 선수들이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2024년의 자신에게 "냉정해져라"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이날 5차전에서 페덱을 끝까지 등판시킨 것이었다. 박 감독은 "특별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우승하려면 확실하게 냉철해져야 한다"라며 "그때(2024년)와 비교하면 확실히 더 냉철해지고 냉정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