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 1200억원가량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매각협상대상자인 오릭스 코퍼레이션이 인수구조를 변경하면서다.
5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오릭스가 최근 변경한 인수구조로 현대증권 매각을 진행할 경우 현대그룹은 향후 5년 동안 파생상품계약(TRS) 수수료로 약 1000억원을 내야 한다. 또 매각규모가 줄어든다는 점과 TRS에 내재된 옵션 가치 등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을 통해현대상선이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기존 기대치보다 1200억원 줄어든다.
당초 오릭스는 자베즈파트너스와 손잡고 현대상선과 자베즈, 나타시스은행 등이 보유한현대증권의 지분(36.9%)을 1조800억원에 매입할 계획이었다. 두 개의 사모펀드(PEF)로 나눠 오릭스PE가 현대상선(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22.6%를 6600억원에 매입하고 오릭스PE와 자베즈가 공동으로 나머지 지분을 4200억원에 사들인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자베스 지분에 대한 TRS 원금 상환액과 후순위 재투자 금액 등을 차감해도 46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대상선은 이를 통해 그룹 차원의 구조개혁에 힘을 실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릭스가 인수구조를 변경해 현대상선의 지분 22.4%만 매입하게 될 경우 현대상선이 자베스, 나타시스 은행과 각각 맺은 TRS 계약은 그대로 유지된다. 현대상선 측에 약 1000억원의 누적(5년 가정) 수수료를 발생시키는 계약이다. 여기에 TRS 옵션 가치 등을 감안하면 현대그룹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약 3400억원으로 줄어든다.
기존 계약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자베즈와 나타시스은행에 대한 TRS 원금과 TRS 이익을 정산하는 대신 TRS 계약을 청산해 향후 수수료 지급 의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오릭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도 현대상선이 복잡한 TRS 계약을 떨쳐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베즈 지분에 대한 TRS 조건은 주가가 기준가인 8500원 이상으로 올랐을 때 자베즈가 지분 수익의 80%를 현대상선에 지급하고 주가가 5000~8500원으로 떨어진 경우 자베즈가 입게 되는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현대상선은 이와 별도로 자베즈에 연간 8%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또 나타시스 지분에 대해서는 현대상선이 연 4.95%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현대증권 주가가 7165원(나타시스 기준가)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을 전액 보전해주는 대신, 7165원 이상이 될 때 수익은 전액 현대증권에 귀속된다. 일각에선 이 계약 때문에 향후 현대증권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현대상선이 15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수구조는 오릭스의 투자를 통해 TRS 정산을 전제로 현대증권을 리파이낸싱하는 구조였지만 인수구조 변경으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