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미국 내에 보유한 2곳의 항만터미널 지분 49%를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함께 유동화한다.
7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테이너 터미널(CUT)과 시애틀 타코마 터미널(WUT)의 각각 49%를 담보로 약 1000억원대 중반의 현금을 거두기로 하고 아폴로글로벌과 4월 중 계약을 맺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당초 이 거래를 49% 지분매각으로 결정하고 우선협상자로 미국 사모펀드인 린지골드버그를 선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린지골드버그와 협상에서 가격과 거래조건 등에 관한 이견차가 커지자 협상을 포기하고 대안을 물색해왔다.
아폴로글로벌은 약 200조원에 육박하는 운용자산을 굴리는 세계 5대 PEF 운용사로 평가된다. 이들은 최근 현대증권 인수전에도 국내 파인스트리트그룹과 컨소시엄을 맺어 투자의향을 밝혔지만 오릭스-자베즈 컨소시엄에 패해 고배를 마셨다. 아폴로글로벌은 이후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필요를 파악하고 미국 내에서 검증된 자산인 CUT, WUT 거래에 관심을 두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당초 CUT 등을 1억4000만 달러, 한화로 약 1500억원에 린지골드버그에 매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가격적 측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올 1분기에 거래를 마치려는 계획도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린지골드버그와 거래를 중단했지만 구조조정이 더디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협상 중단 발표를 미뤄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다 최근 아폴로글로벌이라는 대안이 나타나자 속전속결로 실무를 진행해 이달 중 계약을 앞두게 됐다. 아폴로글로벌은 사모대출펀드 방식을 활용해 타코마 등의 자산과 지분을 담보로 대출성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이번 터미널 지분거래에 성공하면 재무상황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해운사는 지난해 6조7786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 234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회사는 2013년에 7140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자산매각 등 자구적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여 21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올해도 CUT 매각과 같은 전략으로 손실을 최대한 막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최대주주(22.43%)로 보유 지분을 오릭스 컨소시엄에 팔아 6600억원(재투자 2000억원)을 상반기 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거래는 오릭스 컨소시엄이 연기금 공제회 등에서 투자재원을 조달하는 작업이 순탄치 않아 지연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자산매각 등으로 3조3000억원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고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등이 성공해 계획의 절반가량을 이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