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출자하는 국내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모집에 외국계 대형 PEF(사모펀드) 운용사가 잇따라 도전장을 내면서 토종펀드 운용사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다음달 15일 7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할 PEF 운용사 3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운용사별로 최대 2500억원의 자금을 받는다. △미래에셋PE △스틱인베스트먼트 △하나대투PE △IMM PE △맥쿼리 △오릭스PE 등 6곳이 2대1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원사 가운데 맥쿼리와 오릭스PE는 각각 호주와 일본에서 출발한 외국계 운용사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는 해외와 국내로 나뉘어 해외대체투자실은 외국계 운용사에, 국내대체투자실은 토종펀드 운용사에 자금을 대지만 국내법인을 세우고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경우에 한해 국내대체투자에서도 외국계 운용사에 문호를 개방했다.
외국계 운용사는 2010년부터 국내대체 위탁운용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SC PE(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와 SBI인베스트먼트가 각각 2010년, 2011년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2013년에도 유니슨캐피탈이 위탁자금을 받아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는 대체투자 위탁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외국계 운용사가 해외투자자금을 넘어 국내용 자금까지 넘보면서 토종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업력이 긴 데다 본사의 후광까지 있는 만큼 토종 운용사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 위탁사 선정전에 참여한 맥쿼리와 오릭스PE는 국민연금 투자를 받은 전례가 있는 운용사다. 맥쿼리는 2호 블라인드펀드에서 투자를 받았고 오릭스PE는 2011년 LTI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자금을 받아 미래에셋생명보험에 투자했다. 오릭스PE의 경우 국민연금 출자를 계기로 일본계 자금을 굴리는 운용사라는 이미지를 씻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운용사들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IMM PE는 연초 국민연금의 출자 없이도 5000억원 규모로 IMM로즈골드3호를 조성해 등록했다. 국민연금에서 자금을 출자받을 경우 기존 펀드와 매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2013년 국민연금 위탁사 선정에 참여한 이력을 바탕으로 재도전에서 성과를 올린다는 각오다. 미래에셋PE는 아큐시네트 투자 등 최근 투자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위탁사 선정전에 임하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가 국민연금에 부쩍 관심을 두는 것은 급성장한 기금 규모 때문이다. 전체 기금이 500조원 수준으로 늘면서 일본공적연금(GPIP)과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에 이어 세계 3위 연기금으로 성장한 만큼 국민연금 입성을 노리는 글로벌 운용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위탁사로 선정됐다는 이력 자체가 경력이기 때문에 추가 자금을 모집하기 쉬워진다는 부수효과도 크다. 국민연금은 올해 출자금을 펀드 전체 규모의 50%로 제한했다. 국민연금에서 2500억원을 출자받으면 다른 기관에서 2500억원을 더 모아야 한다.
시장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자가 뻔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잡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도 출자를 받기가 어려워진다"며 "운용사들은 사활을 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