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앞으로 5년 동안 해외주식 투자를 100조원 이상 늘린다. 2020년에는 해외주식 자산이 처음으로 국내주식 자산을 넘어설 전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다음달 1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2016~2020년 중기자산배분계획'으로 2020년까지 해외주식 비중을 16%에서 20%로 늘리는 대신 국내주식과 국내채권을 각각 2%포인트씩 줄이는 방안과 국내채권 비중만 4%포인트 줄이는 방안을 논의한다.
안건이 확정되면 2020년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규모는 170조원으로 올해 말보다 103조7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국내주식 규모는 투자 비중을 20%에서 18%로 2%포인트 낮추는 방안이 확정될 경우 61조7000억원 늘어난 153조원 수준이 된다. 국민연금이 중기자산배분안을 수립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해외주식 비중이 국내주식 비중을 넘어서는 계획이 제기된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다.
국내채권 자산은 투자비중을 46%에서 44%로 2%포인트 줄이는 방안이 채택될 경우 2020년 374조원으로 98조6000억원 늘어난다. 국내채권 비중만 4%포인트 줄이는 방안이 채택되더라도 채권 매입 규모는 지난해 258조원에서 2020년 374조원으로 45% 늘어난다.
해외채권과 대체투자 비중은 지난해 의결한 '2015~2019년 중기자산배분계획'과 같은 수준인 각각 4%, 14%로 제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금위가 해외주식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빠르게 늘어나는 기금 규모에 비해 국내 자본시장 성장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국내주식시장만으로는 늘어나는 기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합해 1530조원 수준으로 2010년 말 1240조원보다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323조원에서 500조원 수준으로 54% 불었다. 국민연금기금은 올해 말 510조원, 2020년 850조원으로 연평균 70조원씩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기된 리스크 관리 문제를 비롯해 기금 규모가 줄어드는 2040년 이후 시장에 미칠 충격 등 현실론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는 이미 살만한 종목이 점점 줄어들지만 시장이 충격을 받을까 우려해 주식을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시가총액 대비 2009년 3.7%에서 지난해 말 6.28%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운용체계와 전문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분산투자 확대를 위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장려했지만 계획한 만큼 해외투자가 늘지 않은 게 인력 확보 등 현실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운용인력의 보수와 처우를 글로벌 연기금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민연금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