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시틱그룹, KDB대우증권 인수 검토

박준식 기자, 심재현 기자
2015.07.15 03:25

중국 1위 중신증권 보유한 국영기업집단…삼성과 제휴하며 한국 내 진출 적극모색

중국 국영기업인 시틱(CITIC·中信)그룹이 국내 4대 증권사 중 하나인 KDB대우증권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 매각 계획을 파악하고 국내 M&A(인수·합병)에 밝은 IB(투자은행) 주관사를 선정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14일 M&A 업계에 따르면 시틱그룹의 금융 계열사이자 중국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최근 국내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에 관한 자문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시틱이 최근 삼성그룹 고위층과 교류하면서 한국 내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최근 중국의 안방보험이 동양생명보험을 사는 데 성공하고 대만의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을 인수해 좋은 실적을 내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M&A를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신그룹은 중국중신집단공사(China International Trust and Investment Corporation)의 앞 글자를 따 세계시장에서는 시틱(CITIC)그룹으로 불린다. 중국의 국유기업으로 금융업 비중이 80% 이상, 나머지는 부동산 등 비금융사업으로 이뤄진 집단사업체다. 본사는 홍콩에 있다. 1979년에 중국 장쑤성 출신의 롱 이렌(Rong Tiren)이 설립한 회사로 중신증권과 은행, 시틱텔레콤, 중신자원 등을 만들어 사업을 확대하면서 최근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60위를 차지했다. 중신그룹의 총자산은 지난해 4조2997억위안(약 764조원) 수준으로 삼성(331조원)의 2배가 넘는다.

중신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중신증권은 홍콩 증시 상장사로 올초 시가총액이 약 611억달러까지 치솟아 중국 1위, 세계 IB 4위를 차지했다. 최근 증시 하락으로 시총은 줄었지만 여전히 중국 1위의 증권사로 위상이 공고하다. 지난해 매출액은 291억9800만 위안(약 5조3500억원), 순이익은 113억3700만 위안(2조800억원)에 달했다.

중신그룹은 국내 1위 그룹인 삼성과 최근 금융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창쩐밍 중신그룹 동사장(대표이사)을 만나 금융사업 협력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삼성증권은 중신증권과 전략적 업무제휴도 맺었다. 중신그룹은 앞서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중신그룹은 한국 정부가 대우증권 매각을 하반기부터 시작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사전조사에 나섰다. 중국 내 경쟁자인 안방그룹이나 푸싱그룹 등에 밀리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자문사를 확보하고 대우증권의 기업 가치와 국내 경쟁력, 해외 지점망 및 동아시아 사업 확장성 등을 따져보려는 것이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포기하고 국책은행으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대우증권 등 자회사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민영 금융지주사 대신 국책수행 기관으로서 산업은행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대우증권 매각도 계획됐다. 이 매각은 정부 지침에 따라 하반기 말 혹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대우증권 인수에는 지금까지 국내 KB금융지주 외에 별다른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대우증권의 총자산은 약 32조2000억원, 자기자본은 약 4조2000억원으로 국내에선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2위다. 산업은행이 내놓을 경영권 지분 43%의 가치는 시가로 2조원이 넘고 프리미엄이 더해질 경우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원매자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규모다.KB금융외에 신한금융지주가 잠재 원매자로 지목됐지만 이들은 최근 거래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매각이 필요하지만 해외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매각 시도 과정에서 안방그룹 외에 다른 전략적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매물과 경쟁 여건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이 결정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금융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3대 은행 중 하나를 해외에 넘기는 것은 곤란하지만 60개 증권사가 난립하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대형사 하나를 매각하는데 해외 기업이라고 입찰을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어 공적자금 회수나 국유재산 매매원칙에 따라 유효경쟁을 거쳐야 하는데 KB금융 외에 경쟁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거래가 시작되고 실제로 유효한 경쟁 입찰이 이뤄지고 나서 해외 기업이 실제로 우선협상자가 되면 (인수 승인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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