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동양사태로 추진하다 무산됐던 특정금전신탁 가입 규제를 다시 추진한다. 특정금전신탁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하지만 과잉 규제 논란이 제기됐던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는 반발이 거세 규제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13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특정금전신탁(이하 특금) 가입금액 한도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최소가입금액을 당초 계획대로 5000만원으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특금의 전반적인 점검을 토대로 최소가입금액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특금 최소가입금액을 5000만원보다 소폭 낮추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아닌 의원입법 형식으로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 입법이나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하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의원 입법은 규개위 심사를 받지 않는다.
규개위는 지난해 4월에 특금 최소가입금액을 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금융위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철회 권고를 내렸다. 이어 금융위가 재심을 신청하자 지난해 6월에 다시 철회 권고를 유지했다. 법률상 시행령 위임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과잉 규제라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최근 특금의 가파른 증가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개인투자자 피해를 줄이려면 가입금액 규제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특금 수탁고 잔액은 230조원 규모로 지난해 말 200조원에 비해 6개월 만에 30조원(15%) 가량 늘었다. 이 중 채권형은 2013년 말 87조원에서 지난해말 75조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 6월말 78조원 수준으로 다시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금 규모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2013년 동양사태 당시 문제가 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채권형 특금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개인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2013년에 대규모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산한 동양사태를 계기로 특금 가입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동양사태 당시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이 그룹 계열사의 부실 회사채와 CP 중 상당 부분을 특금에 편입해 팔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사들이 판매하는 특금은 고객이 위탁한 돈을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CP, 간접투자상품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규개위 관계자는 “가입한도 제한은 자본시장법상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신탁 거래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시행령이나 하위 감독 규정 등에 근거 조항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가입 규제는 부처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금융회사의 다양한 상품 판매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운용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