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M&A(인수·합병) 주관 업무 자격을 증권사 등 금융당국의 투자중개업자 인가를 받은 주식회사로 한정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증권업계와 회계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회계법인들의 M&A 주관업무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 M&A 자문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회계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은 조심스럽게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 관망하는 모양새다.
28일 증권업계와 회계업계,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투자중개업자로 인가받은 회사만이 M&A 중개 주선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국회에서 발의했다.
개정안은 '투자중개업자'의 범위를 나타내는 자본시장법 제6조 제3항에 관한 것이다. 기존 조항에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업무인 금융투자상품 중개와 증권 발행·인수에 대한 청약·권유 등만을 투자중개업으로 인정했다. 개정안은 더 나아가 기업 M&A 중개·주선·대리업무도 투자중개업에 포함시켰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존에 제도권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던 M&A 주관 업무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통제된다. 회계법인들도 M&A 주관 업무를 계속 맡기 위해서는 10억원 이상의 자본을 확보한 M&A 특화 주식회사를 만들어 인가를 받아야 한다.
개정안을 발의한 박 의원실 관계자는 "M&A 역시 대주주가 지니고 있는 주식이 거래되는 것인데 이 중개 업무를 인가받지 않은 자도 할 수 있는 현행법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허점과 모순이 있다"며 "증권사의 주식 거래 중개는 인가가 있어야 하고 회계법인의 M&A 중개는 인가가 없어도 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의 경우 M&A 중개 업무를 브로커·딜러 업무로 규정해 회계법인들도 인가를 받아 제한적으로 M&A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회계법인들은 제도권 밖에서 회계 실사를 포함한 M&A 전 과정을 담당하는데 회계법인들이 상장 법인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M&A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안이 발의되자 회계업계와 IB 업계는 엇갈린 표정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업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회계업계에서는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업계에서는 투자중개업자 인가 대상을 주식회사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애초에 회계법인의 M&A 중개 업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법안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는 최근의 자본시장 규제 완화 추세와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한편 기존에 회계사들이 쌓아온 전문화된 노하우와 지적 자산을 사장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결국에는 전체적으로 M&A 시장의 국제경쟁력을 상실해 이미 대형 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외국계 IB에 국내 시장을 바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업계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한 증권사 IB 본부 관계자는 "업계 이익을 떠나서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회계법인의 M&A 중개 행위를 제도권의 통제 범위로 끌고 오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해당 법안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회계법인이 수수료 경쟁력과 인력 수에서 국내 증권사를 압도하고 있는 데다 외국계 IB의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도 아직 국내 증권사들에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