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립빵·샤니빵으로 유명한 '제빵왕'SPC삼립이 폭발적인 외식사업 성장에 힘입어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들여온 수제버거 전문점 '쉐이크쉑'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그릴리아' 등 외식업 성장세가 가파르다.
1분기 SPC삼립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5052억원, 영업이익은 13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 10.5% 늘었다. 각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식품유통사업부문 매출은 강력한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시장) 물량을 바탕으로 255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배 급증했다. 이 때문에 분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식품유통사업 매출 비중이 50%를 넘겼다.
◇M&A로 수직계열화에 성공…삼립GFS 실적 '쑥'=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등과 함께 SPC그룹 핵심회사인 SPC삼립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다. 지난해 10월 창립 71주년 기념식을 기점으로 사명을 '삼립식품'에서 'SPC삼립'으로 변경했다.
1945년 해방둥이 기업 '상미당'에서 시작한 SPC삼립의 본업은 제빵사업으로 현재 제빵사업부문 매출 비중은 26.4%, 이밖에 식품소재(26.9%), 식품유통(50.6%), 프랜차이즈(2.7%)사업과 휴게소 등 기타 사업을 영위한다.
제빵사업은 2011년 4월 샤니의 영업권 양수 이후 국내 양산빵시장의 70%를 점유했다. 2010년 계란 가공업체 '에그팜' 설립 △2012년 12월 제분기업 '밀다원' 인수 △2013년 7월 육가공 전문기업 '그릭슈바인' 인수로 주력 제품인 빵의 주원료가 되는 밀가루, 계란, 육류를 그룹 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첫 번째 수직계열화의 완성이다.
2014년 7월엔 식자재유통 사업부문에 대한 물적분할을 통해 식품유통 전문 자회사 '삼립GFS'(현 SPC GFS)를 설립, 생산에서 유통까지 종합식품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SPC GFS는 SPC그룹 내 구매∙물류∙식자재유통 등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에 전문화한 식자재 물류와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쉐이크쉑 식재료 구매와 물류서비스는 물론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버거킹 3자 물류를 책임지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은 2014년 1330억원, 2015년 5532억원, 2016년 9740억원으로 급증했다. 자회사 SPC GFS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SPC삼립은 올해 매출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SPC삼립은 2020년까지 매출 4조원을 목표를 하고 있다.
◇외식업 폭발적 성장… 파리바게뜨 출점제한 때문?=SPC그룹은 지난해 7월 국내에 처음 선보인 수제버거 '쉐이크쉑'이 인기를 얻자 점포를 4개로 늘렸다. 점포가 늘어날수록 식자재 유통과 원재료 수급을 맡은 SPC GFS 실적도 증가하는 구조다.
SPC GFS는 초기엔 양상추, 토마토 등 신선식품만 공급했지만 현재 햄버거 빵까지 제공한다. SPC그룹이 라그릴리아와 면 브랜드 '하이면' 등 외식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식자재 유통부문 B2B(기업간 거래) 거래처가 늘어나는 것도 SPC GFS 성장에 도움을 준다.
SPC그룹이 외식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건 본업인 제빵사업 확대가 만만치 않은 현실과 무관치 않다. 제빵 가맹사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신규 출점이 제한된 상황이다. 또 업체간 출혈경쟁 심화와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파인 캐주얼' 콘셉트를 앞세운 외식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 SPC삼립의 복안이다. 외식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확대를 통해 현재 연간 250억원 규모인 외식사업부문 매출을 2025년 2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SPC그룹의 해외사업 확대도 국내 시장 포화와 규제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다. 2015년 중국 상하이 삼립GFS 무역법인을 설립해 상하이를 중심으로 베이커리 원료 소싱과 유통업을 시작하며 그룹 해외 가맹점과 로컬 업체에 식자재를 공급 중이다.
◇PER 38.26배, 밸류에이션 부담…공매도 악몽 지나갔나=SPC삼립 주가는 올들어 26.8%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SPC삼립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6.26배로 동종업계 CJ제일제당(1.58배), 오리온(2.64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PER(주가수익비율)도 38.26배로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고평가 논란은 지난해 SPC삼립이 공매도 먹잇감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공매도 비중이 전체 거래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날도 있었다. 이에 따라 2015년 8월 41만5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2월에 15만원대로 폭락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유통물량이 적은 것도 주가 변동성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SPC삼립 전체 주식의 72.86%에 달해 유통주식 수가 174만여주(20.17%)뿐이다.
공매도 공격에 주가가 반토막이 나자 SPC삼립은 지난해 12월 12년 만에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지난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4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었다. 올들어 음식료품 업황이 개선되고 SPC삼립의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주가는 반등하고 있다.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SPC삼립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감안할 때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석도 적지 않다. SPC삼립의 전사업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회장님 주식'이어서 주식 프리미엄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SPC삼립의 올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2조2086억원, 영업이익은 14% 늘어난 747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하지만 식자재 유통업체 실적 향상이 꾸준했고 국내외 장기 성장성을 고려할 때 할증 근거는 충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