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기업들이 당장 ESG 데이터와 내부통제체계 구축을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개념이 모호한 '착한 일'이 아니라 '생산적금융의 핵심과제'가 된 만큼 ESG공시를 제2의 재무제표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ESG 투자에 대한 재무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책금융을 적극 활용하고, 시장 신뢰를 확보해 조달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현실적 대안'도 나왔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ESG 위치가 '착한 일'에서 '생산적금융의 핵심 과제'로 이동했다. 거시적으로는 반(反) ESG 정서가 강한 미국의 지속가능펀드 자금이 이탈했지만 전체 운용자산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ESG 투자도 재편됐다"며 "한국이 ESG 재편 과정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ESG 투자를 '백년기업을 찾는 일'이라고 정의한 김 팀장은 올해 2월을 기점으로 기업의 ESG 공시가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재무제표만으로는 10년, 30년 이상의 존속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ESG 공시로는 장기존속 기업에 대한 옥석 가르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ESG 공시는 비재무 정보를 재무제표에 준하는 신뢰성·비교가능성을 갖추도록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라며 "지난 2월 금융위원회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을 발표하며 5년간 이어졌던 논의가 마침내 궤도에 올랐다"고 짚었다.
로드맵에 따르면 연결자산 30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부터 2028년 ESG 공시를 시작한다. 김 팀장은 "방향이 정해진 만큼 기업에 중요한 것은 공시 의무화 시점이 아니라 지금부터 데이터와 내부통제체계를 갖추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시 항목이 표준화되는 시점까지 기다리기보다 선제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SG 공시 선제대응 과정에서 기업들이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도 커진다. 김 팀장은 "초기에는 회사별 공시 수준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지만 유의미한 정보를 많이 공개하는 기업은 정보공개에 따른 리스크 감소로 자본비용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동일한 기준으로 어느 기업이 전환 리스크에 노출돼 있고, 어느 기업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면서 '한국형 전환금융의 도입'을 공식화했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처럼 탄소배출이 많지만 국가경제 근간을 이루는 산업에는 설비 효율화와 연료 전환을 통해 탄소를 점진적으로 줄여가겠다는 방향이다. 김 팀장은 "기업이 저탄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감축 목표, 전환계획 등 공시가 중요하다"며 "공시에 담긴 전환계획과 실제 전환금융 심사·집행이 데이터로 맞물려야 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고탄소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감축 목표와 전환계획을 실현가능한 수준으로 수립하는 한편 배출량 데이터를 '내부통제'로 관리하는 얘기다. 그는 "공시가 곧 자금조달, 환경개선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됐다"면서 "데이터를 재무보고에 준하는 내부통제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ESG 공시에 준비가 안 된 중소·중견기업은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김 팀장은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7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배정돼 있고 전환금융·녹색여신은 우대금리나 보증료 인하와 같은 혜택과 연계된다"며 "기업의 직접 조달이 필요한 경우 목표 달성과 금리를 연동한 SLB(지속가능채권)도 대안이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은 기후금융 웹포털, 산업공급망 탄소데이터 플랫폼 등 기존의 공공 인프라를 통해 부담을 덜 수 있다. 대형은행들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ESG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김 팀장은 "데이터 수집체계와 거버넌스라는 기초 인프라를 먼저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무대상이 아니라도 자발적으로 공시를 시도하면 역량이 축적되고 공시우수법인 가점제와 같은 인센티브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주주보호 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도 ESG 공시와 맞닿아 있다. 특히 ESG 공시·투자가 기업 수익성을 악화한다는 것은 '옛 말'이라는 진단이다. 김 팀장은 "단기 수익성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장기 리스크를 줄이고 자본 조달에서 우위를 확보하면 더 높은 수익률로 돌아온다. 시장이 이를 증명한다"며 "ESG 채권이 일반 채권보다 수요가 두터워 조달에 유리하고 EU 탄소국경제도와 같은 규제에서 전환 실적을 축적한 기업이 수출에서 유리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ESG 공시·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환금융의 우대금리 등 인센티브를 활용하고, 성실한 공시를 통한 신뢰 확보로 조달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 콜로키움 2026]
△주제: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 ESG의 방향
△일시: 2026년 7월8일(수) 오후 1시30분~5시10분
△장소: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
△문의: 머니투데이 증권부(stock@mt.co.kr)
△참가 신청 : 선착순 100명 사전 신청자 무료 (ESG 콜로키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