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에 사서 장투"...유럽 '큰 손'의 한국 쇼핑법

런던(영국)=성시호 기자
2026.09.30 17:10

[증권사, 돈 버는 해외진출]3-③

[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의 해외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등 국경이 사라진 투자 환경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증권사들의 주요 해외 법인을 찾아 글로벌 진출 전략을 살펴보고 글로벌 자본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찾아본다.
영국 런던 타워브리지(왼쪽)와 주요 금융기관이 밀집한 시티오브런던. /사진=성시호

"기업 펀더멘털이 뛰어나도 주가가 높으면 사지 않습니다."

기민석 한국투자증권 런던법인장은 유럽에서 관찰한 기관투자가들의 특성을 묻는 기자에게 "유독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연기금·펀드가 많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2019년부터 법인을 이끈 현지 전문가로 꼽힌다.

이어 "한국 중소형주에도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며 "고객군이 다양하고 수출 성장세가 뚜렷한 기업들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고 덧붙였다. 유럽 기관투자자들은 저평가주를 장기 투자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아 해외 기업들 가운데서도 저평가 된 종목들을 눈여겨보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한국 증권사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으로도 꼽힌다. 저평가 중소형주들의 경우 외국계 증권사의 커버리지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는 유럽 기관의 주특기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현지엔 삼성전자 주가가 5만~6만원대에 머물던 시절부터 장기 투자한 기관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곳은 2010년대부터 한국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주목, 기록적인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완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은 "한국기업 투자설명회(IR)에서 아시아권 펀드매니저는 주로 단기 전망을 묻는데, 유럽권 매니저들은 '2년 뒤 무엇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는가'와 같은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증시 랠리가 이어지면서 대형주들 뿐 아니라 소부장 등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반도체 소부장 뿐 아니라 방산, 로봇, 화장품 등 수출주들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정책 관심사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해소다.

한중석 한국거래소 런던사무소장은 "저PBR주에 대해 거래소가 예고한 '네이밍 앤 쉐이밍'(명단공개)이 현지 투자자 간담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영문공시 의무화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리테일 등 사업 확장은 난점이 있다는 토로다. 한 현지법인 관계자는 "유럽 핀테크 플랫폼과 접촉했으나, 리테일 분야에선 한국시장이 우선 순위는 아닌 것 같았다"며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으나 기회를 계속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를 노크하는 증권사도 있다. 기민석 법인장은 "예로부터 유럽에 많이 분포한 '올드머니'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기업으로 도약했고, 주가상승 등으로 한국증시 투자가 주목받은 만큼 문호가 열릴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민석 한국투자증권 런던법인장(왼쪽부터)·조완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이용성 NH투자증권 런던법인장·한중석 한국거래소 런던사무소장./사진=성시호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