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 국내 증권사의 숙제 '자본금 확대'

호치민(베트남)=김경렬 기자
2026.10.01 15:00

[증권사, 돈 버는 해외진출]4-②

[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의 해외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등 국경이 사라진 투자 환경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증권사들의 주요 해외 법인을 찾아 글로벌 진출 전략을 살펴보고 글로벌 자본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찾아본다.
베트남 증시 외국인 지분율 추정치, 베트남의 국내 거래 계좌수/그래픽=이지혜

베트남에서 증권사의 자본금은 곧 사업 한도다. 신용융자와 자기매매 한도 등이 자기자본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현지 규정상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배, 커버드워런트(CW) 발행 한도는 유동자본의 10%까지다. 신용공여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분야다.

베트남 데이터 리서치 업체 FIIN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베트남법인의 자기자본은 미래에셋증권 5270억원, 한국투자증권 3916억원, KB증권 2449억원, NH투자증권 1434억원, 신한투자증권 1359억원, 한화투자증권 859억원 순이다.

국내 증권사의 자본금은 2024년부터 꾸준히 늘었지만 현지 업체와의 '곳간 경쟁'에서는 뒤로 밀렸다. 베트남 대형 증권사인 TCBS는 원화 기준 1조5500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SSI는 올해 2월 증자로 자기자본을 1조3900억원까지 늘렸다. 온라인 브로커를 보유한 VPS도 올해 3월 추가 자본 조달로 자기자본을 1조3600억원으로 키웠다. 디지털 플랫폼을 앞세워 대형사 반열에 오른 VNDIRECT의 자기자본도 8500억원에 이른다.

한때 자기자본 규모로 베트남 3위에 올랐던 미래에셋증권 베트남의 자기자본(5270억원)은 대형사 수준에 못 미친다. 1위 업체인 TCBS의 3분의 1 수준이다. 베트남 현지 증권사들이 은행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해 자본을 늘리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규모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베트남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지 증권사의 자본 확충은 신용융자(마진 대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신용융자 금리는 8~10%에 이른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를 키우고 거래대금 점유율(MS) 확대로까지 이어진다. 베트남 증권 사업의 핵심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개인고객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다. 현지 정부가 신용대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의 체력을 중시한 결과로 분석된다.

베트남 증시에서 현지 개인고객의 입지는 실제로 탄탄하다. 크로스보더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7년간 외국인 지분율이 22%에서 12%로 반토막 가까이 떨어지는 동안 현지 개인 계좌 수는 꾸준히 늘었다. 베트남 증시의 개인 계좌 수는 2019년 240만개에서 2026년 6월 1370만개로 증가했다. 베트남 인구는 1억159만명으로, 과거에는 전체 인구의 약 2%만 계좌를 갖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약 13%가 계좌를 개설했다. 100명 중 13명꼴로 계좌를 보유한 셈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현지에서 자본 확충을 준비하면서도 다양한 사업 방식을 모색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호치민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 베트남은 자기자본 규모에서 미래에셋증권 베트남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의 현지 주식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3.21%, 2분기 2.99%였다. 현지 업체를 포함한 상위 10위권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영업력을 바탕으로 자산 기준 베트남 10위권 은행인 SHB(시가총액 4조원)의 184억원 규모 사모 유상증자를 주선했다.

신한투자증권 베트남은 한국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최근에는 빈그룹의 첫 아리랑본드(국내 원화채권) 발행 단독 주선을 맡았다. 현지에서 IB 트랙레코드를 쌓아 시장에 안착하고 그룹과 시너지를 낸 결과로 평가받는다.

베트남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법인이 본사 딜을 거드는 게 아니라 현지법인이 딜을 만들고 본사가 지원하는 구조가 이곳 사업의 핵심"이라며 "오랜 기간 현지에서 쌓은 관계를 바탕으로 도태되지 않는 탄탄한 경쟁력을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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