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사고 싶어요" 문 두드리는 홍콩…'K주식'까지 열풍

홍콩=방윤영 기자
2026.10.05 14:00

[증권사, 돈 버는 해외진출]<5> -①
'한국주식·금융상품 연결' 비즈니스 확대
미래에셋증권, 현지 투자플랫폼 '맵스'로 리테일 시장 도전
홍콩법인들, 올해 역대급 실적 기대

홍콩 상장 한국 관련 ETF 일평균 거래대금/그래픽=최헌정
미래·NH·한투·삼성증권 홍콩법인 순이익/그래픽=최헌정

"갑자기 사무실로 대뜸 찾아와 '한국 주식을 사고 싶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홍콩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K주식 열풍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콩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지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에 국내 증권사 홍콩법인들의 비즈니스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사업모델은 현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채권 중개나 IB(기업금융), 자기자본 투자 등 기관 영업 중심이었다. 이제는 여기에 더해 한국 주식과 금융상품을 홍콩과 해외 투자자에게 직접 연결하는 Distribution(유통·판매) 기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이 지난 6월 공개한 글로벌 투자플랫폼 'MAPS'(맵스)다. 미래에셋 포트폴리오 서비스(Mirae Asset Portfolio Service)의 약자로 주식 등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해외주식, 한국주식은 물론 크립토(가상자산)까지 모두 한곳에서 거래 가능하다.

지난 6월26일 홍콩 현지에서 열린 'MAPS by Mirae Asset' 행사에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미래에셋증권

기존 기관투자자 대상 영업을 넘어 현지 개인·고액자산가(HNWI)를 겨냥한 리테일 시장에 진출했다는 의미다. 국내 증권사가 홍콩 리테일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다. 앤서니 챈(Anthony Chan)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WM(자산관리) 투자자문총괄 이사(Director)는 "한국 시장을 포함해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 편리하게 접근하려는 고객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더불어 홍콩의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가 빠르게 성숙해지는 시장 환경에 주목했다"며 "이를 자연스러운 전환점으로 보고 '맵스'를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 접근성이 좋아진 점도 변화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제도 변화가 외국인 통합계좌다. 해외 현지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해외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에 통합계좌 하나를 개설하면 그 아래에서 여러 투자자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임경준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홍콩에서는 대형 글로벌 금융기관뿐 아니라 패밀리 오피스, 자산운용사(Asset Manager), 증권사, 프라이빗 뱅크(PB) 등 다양한 금융회사가 활동하고 있다"며 "현지 금융기관이나 한국계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에 접근하면 비용과 절차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의 핵심은 단순히 계좌 개설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홍콩 금융회사들이 기존 고객에게 한국 주식을 하나의 투자상품군으로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한국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도 현지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홍콩 증시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뿐 아니라 코스피200 ETF, CSOP FTSE 홍콩-한국 테크플러스 인덱스 ETF, CSOP 코스피200 커버드콜 액티브 ETF 등이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는다. 지난 6월에는 월간 거래대금 기준 3위에 올랐다.

같은 달에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상장돼 거래 5분 만에 거래대금 3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스피200 추종 ETF가 한국 외 아시아 증시에 상장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딩 첸(Ding Chen) CSOP CEO(최고경영자)는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증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며 "CSOP 코스피200 ETF의 출시는 홍콩 투자자들과 한국 투자 기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해외 투자자가 한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해야 해 절차적·심리적 장벽이 높았다. 이제는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한 직접투자는 물론 한국 관련 ETF를 통한 간접투자까지 길이 넓어지면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홍콩 전경 /사진=방윤영 기자
해외서도 삼전·닉스 쏠림 뚜렷…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대비책 마련

국내 증권사 홍콩법인들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공식 집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K주식 열풍에 상반기 매매수수료는 이미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공시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4개사 홍콩법인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미래에셋은 세전이익)은 321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1742억원)을 앞질렀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보다 84% 많은 이익을 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올해 2분기 세전이익은 2131억원으로 추산된다(해외법인 세전이익 중 홍콩 비중 35% 반영). 1분기(813억원)의 2.6배다. 상반기 세전이익은 2944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1174억원)을 넘어섰다.

홍콩법인 관계자들은 "한국 증시 활황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년도 이상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왼쪽부터)이윤기 NH투자증권 홍콩법인장, 임경준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 앤서니 챈(Anthony Chan)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자산관리(WM) 투자자문총괄 이사(Director) /사진=방윤영 기자

다만 하반기 들어 한국 증시의 변동성, 중동전쟁, 금리 인상 추세 등 비우호적인 시장 변화도 나타나면서 홍콩법인들은 대비책 마련에도 나섰다. 홍콩 시장에서도 한국 주식 투자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쏠려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그동안 브로커리지 수익이 두 종목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만큼 두 종목의 주가 흐름이 홍콩법인 실적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이윤기 NH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홍콩 내에서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관심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인공지능)·HBM(고대역폭메모리)·메모리 반도체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를 유인할 만한 주식이 2개 빼곤 마땅치 않아 세무·배당·의결권 처리 등 외국인 투자 접근성 개선과 함께 지속적인 밸류업 정책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사업 다변화를 위해 지난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시작한 에쿼티 스왑(equity swap) 사업 등 신규 비즈니스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에쿼티 스왑 사업은 첫해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사업구조와 조직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했다. 기존 사업뿐 아니라 본사가 강점을 지닌 글로벌 DCM(채권자본시장), 신디케이티드론, 인수금융 등 IB 비즈니스도 확대했다. 실제로 올해 본사와 함께 현대카드 3억5000만달러(약 4720억원), 우리카드 3억달러(약 4046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티드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임 법인장은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은 단순히 본사 지원조직이 아니라 현지에서 딜을 발굴하고 글로벌 투자자를 연결하며 독립적인 수익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도 한국과 홍콩, 그리고 글로벌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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