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증시 급락 여파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변동성 장세에서는 성급한 매도나 저가 매수 유혹,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 등으로 손실이 더 커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어 시장 흐름을 충분히 파악한 후 투자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의 변동성은 수급 공백 영향이 큰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추세 전환을 확인해 구간별 매매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 급락 영향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이 2.86%, S&P 500이 1.82% 하락하는 등 AI(인공지능)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기술주 중심 매도세가 집중됐다.
국내 증시는 10월 한 달간 외국인이 12조2370억원을 순매도하며 수급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변동성 리스크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VKOSPI(코스피200 지수 변동성)도 지난 9월 30대로 떨어졌으나, 10월 중순 들어 상승하더니 다시 50을 상회하며 지난 8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통상 VKOSPI가 40을 넘으면 과열 구간으로 본다.
투자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시장가 주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가 주문은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을 정하지 않고 현재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가격에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 방식이다. 빠른 체결은 장점이지만, 매수·매도 주문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예상보다 불리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장 초반에 매도 주문이 몰려 매수 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리스크가 크다. 예상체결가격과 매도·매수 호가를 계속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주가 변동 시 발동되는 VI(변동성완화장치) 파악도 필수다. VI는 개별 종목의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움직이면 2분간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전환하는 조치다. 거래 속도를 늦춰서 적정가격을 판단할 시간을 주는 장치다.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거래가 체결되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 동안 매수·매도를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를 체결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이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급락 이후 반등을 기대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다. 추세 전환을 확신할 수 없는 변동성 장세에서 섣불리 레버리지 투자에 뛰어들면 '음의 복리 효과'에 빠져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버스 상품도 같은 원리로 주의가 필요하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가령 2배 레버리지 ETF 상품은 추종 지수가 5% 오르면 2배인 10%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5%가 떨어지면 10%가량의 손실을 보는 구조다. 이 같은 배수 수익률이 하루 단위로 적용되다 보니 기초자산이 이전 가격을 회복하더라도 레버리지 상품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로 불리는 신용매매도 변동성 장세에서 지양해야 할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 부족으로 반대매매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정한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추가 현금이나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데 정해진 기간까지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반대매매가 이뤄지면 투자자 의사와 상관없이 낮은 가격에 주식이 처분돼 손실이 확정된다. 주가가 이후 반등해도 이미 주식이 매도돼서 손실을 회복하기 어렵다.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질 경우 전체 주가에도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어 투자자와 시장 모두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외신들도 변동성이 큰 한국 증시의 빚투 현상과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마니시 레이차우두리 에머 캐피털 파트너스 설립자 겸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9월 로이터통신에 급등락 장을 노린 ETF 상품과 관련 신용융자(빚투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연쇄적인 주가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경고했다. 기업의 기초체력과 무관하게 시장 전반의 낙폭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변동성 장에서는 섣부른 추세 전환이나 비중 확대를 지양하고 분할 매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이나 펀더멘털 성장성 자체가 달라진 게 아닌데 심리적으로나 수급적으로 과민 반응의 극단에 있는 상황에서는 가격을 담보로 해서 시간 싸움이 필요하다"며 "매크로적으로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개선될 내년 상반기까지 변동성을 견디면서 AI CAPEX(설비투자) 지속가능성이 확인되고 불안 심리가 완화되면 수급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