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김유진 기자
2015.12.05 03:16

[따끈따끈 새책] 데이비드 브룩스 '인간의 품격'…"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

2000년,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을 합친 '보보스(Bobos)'라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알린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그가 15년이 지나 현대에 필요한 새로운 덕목을 가지고 돌아왔다. 신간 '인간의 품격'에서 그는 2015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삶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멀지 않은 과거가 '겸손의 시대'였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1945년 8월15일, 미국에서 라디오로 방송된 '커맨드 퍼포먼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쇼의 진행을 맡은 빙 크로스비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신께 감사드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감정은 겸손일 것입니다."라는 말을 한다.

지은이는 이것이 당시 국민의 반응이었다고 말한다. 수백 년 전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지배한 정서는 '겸손'이었다는 것. 자신이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덕적인 환경이 존재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거대한 성조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미국의 위대함을 외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그는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빅 미(Big Me)', 즉 부풀려진 자아가 넘쳐나는 자기 과잉의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시대가 물질적 풍요와 개인의 능력을 최우선시하면서 개인은 점차 자기중심적으로 변했고, 자신을 위주로 세상이 돌아가야만 한다고 모두가 생각한다는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결국 외적인 찬사가 삶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어 버렸다.

이런 현실과는 반대로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은 모두 뒤틀린 목재다"라고 이야기한다. 임마누엘 칸트의 문구에서 빌린 표현이다. 칸트는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지은이는 이 표현을 통해 인간은 본래 완성된, 잘난 존재가 아니므로 끊임없이 자신의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인격의 형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투쟁해야 할까. 이 책이 총 8개의 장을 할애해 묘사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충동적인 반항아였지만 중용의 미덕을 일궈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 사랑의 결핍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소설가 조지 엘리엇, 세속을 좇다 신의 사랑 안에서 길을 찾아낸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일생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물 묘사에서 단 한 차례도 직접적으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무슨 문제로 고통받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서술한다. 지금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위인들이 게으름, 충동적인 기질, 무질서, 악한 마음, 가난과 장애 등으로 고뇌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들에게는 자신을 대단한 존재가 아닌 '리틀 미(Little Me)', 즉 결함있는 존재로 봤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약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이들이 가졌던 결함은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것이었다며, 평생을 내면의 자아를 위해 투쟁한 끝에 자신의 삶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품격'을 갖추자는 것이 지은이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도덕이 사라지고 각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는, 진정성 없이 보여주기 위주의 소셜 미디어가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1886년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외적으로 멋진 삶의 허위성을 고발한 것처럼, 더 늦기 전에 인간답게 살기 위해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자고 외친다.

◇인간의 품격=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496쪽/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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