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500만원만 보내줘" 아들인줄 알았더니…

오상헌 기자
2020.06.25 06:00

'메신저 피싱' 피해액 1~4월 128억 2년새 3배..."가족·지인 맞는지 확인 전 송금 안돼"

메신저 피싱 사기범의 실제 대화 내용

# 주부 A씨는 얼마 전 따로 사는 대학생 아들로부터 "엄마 바빠?"로 시작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액정 파손으로 휴대폰은 수리를 맡겨 컴퓨터로 접속했다며 "일 때문에 돈 보낼 곳이 있는데 공인인증이 안돼. 인터넷 뱅킹 가능해"라는 내용이었다. 급하다는 말에 A씨는 근처 은행을 찾아 톡으로 받은 계좌로 500만 원을 송금했지만 알고 보니 아들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이었다.

# B씨도 최근 남동생을 사칭한 피싱 사기범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사기범은 "580만원을 급히 송금해줘야 하는데 공인인증서 오류로 이체가 안 되니 누나가 먼저 대신 보내주면 오후쯤 돈을 보내겠다"고 했다. 평소 쓰던 남동생의 카톡이 아니어서 긴가민가했지만 "휴대폰이 고장나서 카톡을 바꿨다"는 말에 그러려니 하고 송금했으나 사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카카오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가족과 지인을 사칭해 송금을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 피해 규모가 2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범죄인 메신저 피싱이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관계부처가 함께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에 따르면, 지난 1~4월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약 128억 원으로 2018년과 2019년 같은 기간(1~4월) 각각 37억 원, 84억 원에서 급증 추세다. 3년 간 매년 피해액이 두 배 가량씩 늘고 있는 셈이다.

메신저 피싱 사기범들은 "엄마, 지금 뭐해?", "많이 바빠? 바쁜거 아니면 톡 해줘" 등 가족 또는 지인을 사칭해 피해자 상태를 파악하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서 액정파손이나 충전단자 파손, 공인인증서 오류 등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PC로 메시지(카톡 등)를 보낸다고 하면서 접근한다. 그런 후 긴급한 송금, 선배에게 빌린 돈 상환, 대출금 상환, 친구 사정으로 대신 입금 등의 이유로 "지금 당장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다급한 상황을 연출한 뒤 거액의 송금을 요구한다.

최근에는 문화상품권 핀번호를 요구하거나, 스마트폰 '원격제어 어플' 설치를 유도하는 새로운 수법도 발생하고 있다. "문화상품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카드 문제로 결제가 되지 않으니, 문화상품권 구매 후 핀번호를 보내주면 구매대금을 보내주겠다"고 속이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피해자에게 '팀뷰어' 등 원격제어 어플을 설치하게 한 후 해당 휴대폰을 직접 제어하거나 개인정보를 탈취해 온라인 결제로 금전을 편취하는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을 타깃으로 신용카드 사진과 비밀번호 전송을 요구한 후 직접 상품권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지인 외에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을 사칭하는 경우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청은 올해 말까지 메신저 피싱 등 서민경제 침해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추진한다. 방통위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사업자와 협력해 다음달 초 이동통신 3사 가입자에게 '지인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 주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이날 금융‧통신‧수사의 협업을 통해 반사회적 민생침해 범죄인 보이스피싱을 척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은 "메신저 피싱을 피하려면 실제 가족‧지인이 맞는지 반드시 직접 전화통화로 확인하고, 전화로 확인 전에는 절대 송금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메신저 피싱 등으로 피해를 당한 경우 즉시 112에 신고하고, 공인인증서가 노출됐다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118 ARS(4번→1번)을 통해 공인인증서 분실 및 긴급 폐기를 요청해야 한다. 명의가 도용당한 경우에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운영하는 명의도용방지서비스(msafer.or.kr)에 접속해 휴대전화 가입현황 조회 등으로 추가 피해 발생을 예방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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