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밤 10시, 지하철 3호선 매봉역 2번출구 앞에서 직접 'AI(인공지능) 기사님'을 호출했다. 평소 택시를 부르던 '카카오 T' 앱(애플리케이션) 상단에 새로 생긴 '서울자율차' 아이콘을 누르고 목적지를 역삼동 인근으로 설정하자 하얀색 EV6 한 대가 다가와 멈춰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시 허가를 받아 지난 16일부터 강남구에서 시작한 자율주행 차량이다.
차 지붕에 달린 낯선 'AV'(Autonomous Vehicle-kit·자율주행차량키트)가 눈에 띄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8년부터 자체개발한 이 구조물은 실시간 도심운행 데이터를 수집한다. 라이다(LiDAR) 3개, 카메라 7개, 레이더 5개가 촘촘히 배치돼 차량 주변 360도를 쉼 없이 감시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AI가 자동으로 라벨링·가공한 뒤 'AI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자율주행모델 학습에 즉각 반영한다.
차에 탑승하자 운전석 쪽 대형 화면이 눈길을 끌었다. 내비게이션이 아닌, 주변 차량들이 정밀하게 표시된 실시간 주행맵이다. 운전석에는 비상상황에 대비한 안전매니저가 있었지만 그의 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핸들은 스스로 돌아갔다.
매봉역에서 출발한 서울자율차의 첫 번째 위기는 논현로 우회전 차선에 진입한 후 찾아왔다. 커다란 버스가 갑자기 눈앞을 가로막은 것. 머뭇거림도 없이 서울자율차는 속도를 줄였다.
이어 직진도로의 우측 차선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예고 없이 '칼치기'로 끼어들었다. 운전자라면 욕설이 나올 법했지만 자율차는 급정거 대신 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이어진 매봉터널에선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신호가 차단됐지만 카메라와 라이다가 벽면을 인식하며 부드럽게 나갔다.
고객이 안심하도록 뒷좌석엔 모니터 'AVV'(승객용 시각화 장치)도 달려 있었다. 강남 도로를 3D(3차원) 맵으로 구현, 차선변경이나 유턴 등 차량의 주행의도를 화면에 보여줬다. 약 10분 후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급가속이나 급제동은 한 번도 없었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시장은 라이다로 '규칙기반' 주행을 구현하는 구글 웨이모(Waymo)와 카메라와 AI로 대규모 실주행 데이터를 학습하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의 테슬라(Tesla)로 양분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했다. 신호처럼 예측 가능한 상황은 규칙기반 방식으로 제어하고 돌발변수에는 AI 기반 플래너가 실시간 분석해 최적 경로를 지시한다. 서울시의 V2X(Vehicle to Everything)까지 더해져 한국 도로에 최적화했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강남 심야 자율주행차는 총 7대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중 2대를 운행한다. 심야시간대(밤 10시~오전 5시)에 강남 시범운영구역에서만 영업하고 기상 악화시 운행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서울자율차를 다음달 6일부터 유료화할 계획인데 기본요금(심야할증 포함)만 적용한다. △오전 4~5시 이용요금은 서울 일반택시와 동일한 4800원 △심야할증이 적용되는 밤 10~11시, 오전 2~4시는 5800원 △밤 11시~오전 2시는 6700원이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사업팀장은 "자율주행의 두뇌인 AI를 학습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부터 인지·예측 등 주행 알고리즘을 자체 국산 기술력으로 구축했다"며 "다양한 국내 기업들과 협업해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