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와 AI(인공지능)의 결합은 성공하면 비전(Vision), 실패하면 사기입니다. 그럼에도 과감히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아이온큐 공동창업자 김정상 미국 듀크대학교 교수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2026 양자 국가전략기술 국회포럼'의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처럼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듀크대 전기컴퓨터공학과·물리학과 석좌교수다. 2015년 크리스 몬로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와 양자컴 기업 아이온큐를 공동 창업했다.
김 교수는 대규모 데이터를 소화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을 쓰는 현재 LLM(거대언어모델)과 AI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양자컴과의 연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전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은 양자물리적 특성인 '중첩'과 '얽힘'을 이용해 다차원 병렬 처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는 "고차원적 패턴과 복잡한 신경세포 구조를 분석할 때도 에너지 소비 효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파라미터 간 상관관계를 빠르게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 상용 수준의 양자컴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양자컴이 여전히 '미래 기술'로 불리는 이유다. 김 교수는 "'파괴적 기회'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벨연구소의 트랜지스터 발명, 인텔의 CPU 개발 사례를 들며 "새로운 과학적 발견 이후 집적회로와 대량생산 기술이 결합해 거대한 메인프레임을 깼듯, 양자기술도 저품질 틈새 기술로 시작해 기존 산업의 천장을 깨뜨리는 영역에 진입했다"고 했다.
이어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는 탐험가처럼 기존 지식의 지평을 완전히 벗어나는 과감한 승부수가 필요하다"며 "양자과학계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연구비와 산업 인프라가 안전망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김 교수와 함께 기조연설자로 선 유진 배 미국 국무부 기술정책 디렉터는 "양자 기술은 연구실 수준을 넘어 응용 단계로 성숙하고 있고, 지금 양자 혁명의 문턱에 서 있다"며 "미국은 양자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 6월 '양자 혁신의 차세대 프런티어 개척(Ushering in the Next Frontier of Quantum Innovation)'이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과학연구에 활용 가능한 수준의 양자컴을 에너지부(DOE) 시설에 도입하고, AI 모델 및 슈퍼컴퓨터 시스템과 연동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 상무부(DOC), 국방부(DOD),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상무부의 경우 5월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양자 파운드리 구축 △다양한 양자 플랫폼별 기술 병목 해결을 목표로 약 20억 달러(2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다. 다만 보조금 무상 지원 형태가 아닌, 수혜 기업의 지분을 정부가 추후 인수하는 조건이다.
배 디렉터는 "(양자컴의) 특정 기술 방식을 승자로 낙점하지 않고 양자 생태계 전반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이어 "다만 이것만으로는 온전한 그림이 아니다"라며 "가치공유국 간 인재 및 아이디어 공유, R&D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같은 여정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 표준연을 중심으로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29년까지 100큐비트급 오류정정 초전도 양자컴을 개발하고, 2032년까지 중성원자 기반 1000큐비트급 오류정정 양자컴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호성 표준연 원장은 "양자와 AI의 융합이 빨라지며 국가 차원의 선제적인 기술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양자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