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쏘카로부터 주행 데이터를 제공받아 자율주행·피지컬 AI 연구·개발(R&D)을 본격화한다. 양사가 결성한 1500억원 규모 자율주행 동맹이 공동 출자를 넘어 실무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특히 쏘카가 보유한 약 22만건의 사고 데이터가 핵심 자산이 될 전망이다.
쏘카는 최근 차량 운행 정보, 위치 정보, 자동차 주행 영상정보 등을 익명 처리해 크래프톤에 제공키로 했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변경했다고 지난 18일 공지했다. 제공 목적은 '자율주행 관련 신규 기술 R&D 및 서비스 고도화'다. 데이터 보유·이용 기간은 연구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다. 쏘카는 자사 가명 정보 처리 목적도 자율주행 관련 신규 기술 연구·개발 및 서비스 고도화로 변경했다.
데이터는 양사가 지난 5월 설립한 1500억원 규모 자율주행 전문 합작법인 '에이펙스모빌리티'(APEX Mobility)를 거쳐 크래프톤에 제공된다. 쏘카가 데이터를 에이펙스모빌리티에 제공하면 크래프톤이 에이펙스모빌리티로부터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 방식이다.
크래프톤이 쏘카와 에이펙스모빌리티에 각각 650억원, 750억원을 투자했다. 쏘카도 투자받은 650억원에 100억원을 더한 750억원을 출자했다. 다만 쏘카가 크래프톤보다 1주 많이 보유해 에이펙스모빌리티의 최대 주주다.
크래프톤은 쏘카의 주요 주주이면서 에이펙스모빌리티의 2대 주주다. 쏘카는 그간 축적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에이펙스모빌리티에 제공할 계획이다. 쏘카는 올해 초 신설한 '미래이동TF'로 전국 2만5000대의 카셰어링 차량(플릿)이 생산하는 하루 110만㎞의 실주행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가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쏘카는 15년간 카셰어링 플랫폼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도 지녔다.
쏘카는 연 4만건·누적 22만건의 사고 데이터도 갖고 있다. 자율주행 AI 학습에서 가장 확보하기 어렵고 가치가 높은 '엣지(Edge) 케이스 데이터'다. 엣지 케이스 데이터는 갑자기 차도로 뛰어든 보행자, 옆 차선에서 급하게 끼어든 차량, 공사 때문에 사라진 차선 등 AI가 예상하기 어려운 장면을 말한다. 차선을 따라 달리고 신호에 맞춰 멈추는 정상 주행은 차량을 오래 운행하면 자연스럽게 쌓이지만, 실제 학습에 필요한 엣지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 보니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게 중요하다.
쏘카는 영상에 담긴 개인 식별 요소를 자동 검출 후 마스킹하는 '익명화' 방식으로 처리한다. 사람의 얼굴, 차량 번호판, 화면에 인식된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대상이다. 쏘카가 비식별화 전문 솔루션을 도입해 직접 수행한다. 쏘카는 외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익명 처리 적정성 평가를 완료했다.
에이펙스모빌리티는 L4(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반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기술 내재화와 실제 서비스 검증을 병행해 독자 기술과 서비스 운영 역량을 갖추고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추진한다.
양사 관계자는 "현재 제공할 데이터 규격과 사양을 협의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제공 시점은 추후 정할 예정"이라며 "운전자나 탑승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