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 원전 수출 잭팟 뒤집은 '1조' 공사비…비상등 켜진 '팀코리아'

'27조' 원전 수출 잭팟 뒤집은 '1조' 공사비…비상등 켜진 '팀코리아'

김지영 기자
입력 2026.11.07 04:3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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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 주요 쟁점/그래픽=김현정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 주요 쟁점/그래픽=김현정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로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한국 원전업계가 뜻 밖의 암초를 만났다. 사업을 함께 준비해 온 한국수력원자원(한수원)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공사비와 위험 분담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팀코리아'가 해체 위기에 내몰렸다.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원전업계의 해외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총액계약이냐 물량정산이냐…1조원 공사비 간극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10,400원 ▼500 -4.59%)·두산에너빌리티(44,700원 ▼4,600 -9.33%) 컨소시엄(이하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협상 결렬의 핵심은 공사비 산정 방식과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한수원은 공사 범위와 기준 물량을 바탕으로 전체 공사비를 확정하는 총액확정계약을 추진한 반면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설계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체 공사비를 확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맞섰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측의 입장 차이는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 가능성에서 비롯됐다. 대우건설은 설계를 담당하지 않는 시공사에 설계변경으로 늘어난 공사 물량과 추가 업무까지 비용 조정 없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체코에 건설하는 APR1000은 해당 노형의 첫 상업 건설 사례인 만큼 공사 범위와 비용을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수원은 반대로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와 추가 업무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부 전문기관 검증 등을 통해 과도하거나 중복된 비용을 조정하려 했으며 추가 물량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는 것이다. 양측이 인식하는 공사비 차이는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협상 결렬 책임을 두고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한수원은 그동안 충분한 협상 기간을 제공했지만 시공사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더 이상 협상을 이어가면 사업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종료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기존 협상 과정과 다른 계약조건을 제시한 뒤 충분한 검토 시간도 주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지난달 7일 변경된 계약조건을 전달받은 뒤 약 3주 만에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지난달 29일 공사비 총액을 낮추고 증가한 물량도 일부 수용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한수원이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협상 기한을 올해 12월 말까지 연장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항변이다.

대우건설은 산업통상부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함께 뛰어온 기업인 만큼 사업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대우건설은 사전 작업과 인허가 준비 등을 위해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입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산업부는 기업 간 계약 협상을 중재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식적인 중재 요청이 접수된 적이 없다고도 설명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산업부는 장관과 차관이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매주 점검하기로 했다. 불과 5개월여 남은 내년 4월 건설허가 신청과 2029년 1월 부지정지, 같은 해 11월 착공 등 주요 일정을 지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온 타임 온 버짓' 시험대, 새 시공사 찾으면 끝?…유럽 첫 원전의 불확실성

앞으로 가장 큰 변수는 한수원이 계획대로 새 시공사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한수원은 경쟁입찰을 통해 내년 7월까지 신규 시공사를 선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존 시공사와의 협약 종료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신규 입찰 준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공사 교체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려면 기존 계약과 다른 조건을 제시할지, 공사비와 위험 분담을 어떻게 조정할지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 특히 첫 상업 건설인 APR1000의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누가 부담할지 합의하지 못하면 새로운 업체와도 동일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기존 컨소시엄이 입찰에 다시 나설지도 변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이 추진하는 신규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우건설 역시 재협상을 요구하며 사업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한수원이 협상 종료 방침을 철회할지는 불투명하다.

기존 시공사가 투입한 인력과 비용을 어떻게 정산할지도 남은 과제다. 대우건설은 협약 해지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존 컨소시엄과의 관계 정리가 길어지면 새 시공사 선정과 업무 인수인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체코 사업을 넘어 국내 원전업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한국 원전 수출의 경쟁력은 가격과 기술력뿐 아니라 정해진 공사 기간과 예산 안에서 사업을 마무리하는 실행 능력에 있다. 우리 원전업계가 해외 원전 시장에서 내세워 온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전략이 이번 갈등으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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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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