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따발총→스나이퍼' 전환…창업 육성 위해 조직 재편"

대전=류준영 기자
2026.10.01 05:00

[과기원 창업원장에게 듣다]①배현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창업원장

[편집자주] 과학기술원이 '딥테크 창업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을 국정 과제인 딥테크 기반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삼고, 학생창업 휴학 제한 폐지와 교원창업 휴직 최대 7년 허용 등 제도 손질에 나섰다. 실험실 기술이 시장에 닿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딥테크의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그 최전선에 각 과기원 창업원이 있다. 지향점은 같지만 조직 운영 방식과 육성 전략, 지역 산업과 맞물리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10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5회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을 앞두고 4대 과기원 창업원장을 차례로 만나 이들이 그리는 딥테크 창업 생태계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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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민 카이스트 창업원장/사진=카이스트

"흩어져 있는 내부 조직과 제도를 '창업기업의 대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맞춰 다시 짜고 있습니다."

배현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창업원장은 최근 학내 창업 지원 조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창업원과 기술이전을 담당하는 기술가치창출원의 창업보육 기능을 하나로 엮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 원장은 "창업원은 기업 성장이 목표인 반면 기술가치창출원은 기술료 회수가 목표여서 KPI(핵심성과지표)가 서로 다르다"며 "창업 지원의 목표부터 다시 정립 중"이라고 말했다. 배 원장은 다섯 차례 창업 경험이 있는 연쇄창업가 출신이다.

배 원장은 먼저 지식재산권(IP) 관리를 창업 초기부터 시작하도록 앞당길 방침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창업 과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특허 관리를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예비창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순간부터 IP 전략을 함께 설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창업원의 예비창업자 프로그램과 기술가치창출원의 IP 관리팀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술이전 방식도 바꾼다. 배 원장은 기존 방식을 "숨어 있는 한 명을 맞힐 때까지 따발총을 쏘는 것과 같았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여러 담당자가 여러 기업을 상대로 무작위로 접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표적을 정확히 겨누는 '스나이퍼'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술이전이 성사된 사례를 분석해 확장 가능한 사례와 단발성 사례를 구분하는 로직을 만드는 등 보다 효율적인 AI 기반 기술이전·사업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창업 교육도 강화한다. 창업원은 올해 1학기 'C레벨 육성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KAIST 졸업생 창업가들을 인터뷰해 이들이 창업 이후 겪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사례로 모아 만든 대학원 과목이다. 배 원장은 "선배 창업가들이 겪었던 과정과 경험이 새로 창업하는 후배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않고 있어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년 봄학기에는 배충식 총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전교생 대상 창업 교과목을 개설한다. 배 원장은 "1학년 1학기부터 AI를 최고 수준으로 활용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한 뒤 수강생들끼리 팀을 꾸려 사회·경제적 문제를 AI로 해결하게 하고, 이를 사업모델로 발전시켜 최종 피칭까지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술가치창출원과 창업원에 나뉘어 있던 해외진출 지원은 창업원으로 일원화한다. 배 원장은 "CES에 몇 개 기업이 참가했다는 숫자는 의미가 없다"며 "투자가 필요한지, 그만한 준비가 됐는지부터 따지고, 준비가 됐다면 어디서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까지 설계해 보낼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각 과기원 창업원에 부여한 '지역 창업 거점' 역할에 대해 배 원장은 "KAIST가 만드는 프로그램은 이미 대전뿐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KAIST가 수년째 운영해 온 전국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E5'다. 올해 1학기에는 해외 대학 우승팀을 초청한 'E5 글로벌'도 처음 열었다.

배 원장은 "경진대회에서 1·2·3등을 뽑는 것보다 참가자들이 서로를 보며 '내 비즈니스 모델이 저 팀보다 낫다' 혹은 '허술하다'고 자극받는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학내에서는 2주에 한 번 샌드위치와 피자를 나누며 졸업생 창업가의 경험담을 듣는 '점심에 창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카이스트 창업원 배현민 원장 /사진=류준영

올해 KAIST 창업원의 핵심 사업은 'AI 1인 창업' 육성이다. 전국에서 700명이 지원해 100명을 선발했고, 이후 50명으로 압축했다. 오는 11월 최종 25명을 선정한다. 선발 과정에서는 'AI 평가자'라는 새로운 실험도 했다. 700명의 지원자 순위를 AI와 인간 심사위원이 각각 매긴 뒤 두 평가의 상관도를 비교한 것이다.

배 원장은 "인간 심사위원은 오전에 10개 팀을 보고 퇴근 후 다시 10개 팀을 볼 때 평가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는 등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는데 AI가 이를 잡아낸다"며 "AI와 인간이 모두 100위 안에 꼽은 지원자는 합격시키고, 판단이 엇갈린 지원자는 전원 대면평가로 가렸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확보한 재원을 시제품 제작 지원 프로그램 '패스트 프로토타입'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제품 제작을 전담하는 KAIST 졸업생 출신 전문가 겸임교수를 기존 4명에서 10명으로 늘렸고, 이 가운데 2명에게는 프로그램 매니저(PM) 역할을 맡겼다. 올해 제작 중인 시제품은 25개에 이른다.

배 원장은 창업 생태계를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도 거론했다. 그는 "대전에는 출연연 박사급 인력이 많은데 스타트업에 합류하려면 휴직해야 해 채용이 어렵다"며 "최근 겸직이 가능해지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여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배 원장은 "국내 스타트업 대부분이 로컬 게임을 하고 있고, 글로벌 인수합병이나 해외 전략적 투자자(SI)의 투자를 받는데까지 가는 사례는 드물다"며 "초기부터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계속 나오면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KAIST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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